[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또 하나의 성과 ‘박근혜 신드롬’

입력 2013-06-30 18:31 수정 2013-06-30 22:46


“중국 인구의 절반인 7억5000만명의 여성은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다. 젊은이들도 박 대통령을 참 좋아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8일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박 대통령과 오찬을 나누면서 중국에 박 대통령 팬이 많다는 사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자리를 함께한 상황을 의식한 말이었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이 여성을 ‘세상의 절반(半邊天·반변천)’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여성이 능히 세상의 절반을 떠받칠 수 있다”고 한 말에 빗댄 것이다.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당일 저녁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 국가올림픽체육중심체육관에서 열린 K팝 공연 한·중 우정콘서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콘서트 시작에 앞서 갑자기 체육관 내 한쪽에서 환호성이 일어 고개를 돌려봤다. 무대 옆 스크린에 박 대통령 얼굴이 비치자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이 비명을 지른 것이다. 이들은 조금 뒤 정식으로 박 대통령이 소개되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음날인 29일 박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찾은 칭화대(淸華大)에서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고 20분 가까이 계속된 연설 도중 11차례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큰 몫을 했다.

“우리 박근혜중국팬클럽은 박 대통령이 주관하는 틀 안에서 ‘조선(남북) 통일’이 이뤄지기를 결연히 지지한다.”

텅쉰(騰訊) 웨이보에 결성된 ‘박근혜중국팬클럽(朴槿惠中國粉絲團)’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팬클럽은 “허난(河南)성 푸양(?陽)은 한국 박씨가 기원된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쯤 되자 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펑 여사의 팬클럽인 ‘아이리(愛麗)팬클럽’에는 “박 대통령이 중국 남자와 결혼하면 남북통일이 빨라지지 않을까”라는 애교 섞인 글이 뜨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 위대한 일을 할 중국 남자 있으면 손드세요”라고 적었다.

박근혜중국팬클럽 한 회원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왔을 때 훙치(紅旗) 승용차가 제공됐으니 ‘후이제’는 당연히 훙치를 타야 한다”고 했다. ‘후이제(惠姐)’는 ‘근혜 누나’ 또는 ‘근혜 언니’라는 뜻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애칭이다.

인민대회당 금색대청(金色大廳)에서 지난 27일 저녁 열린 국빈만찬에 초대돼 만난 중국 외교부 의전국 위안리제(袁麗潔) 과장은 “박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의 자서전을 읽었다”며 “그에게 탄복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칭화대 연설에서 “한국은 지금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데 중국은 ‘인민 행복’을 말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중국의 꿈(中國夢·중국몽)’과 ‘한국의 꿈(韓國夢·한국몽)’은 서로 같은 것”이라고 말해 중국인들의 마음을 샀다. ‘박근혜 신드롬’은 박 대통령의 중국 문화와 중국인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