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中] 中 서부대개발 한복판서 새로운 경협 청사진 그려
입력 2013-06-30 18:40 수정 2013-06-30 22:47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산시(陝西)성의 시안(西安)을 방문했다.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품고 있는 시안에서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의 새로운 경제협력 모멘텀을 찾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박, “시진핑과 ‘북핵불용’ 뜻 같이했다”=박 대통령은 30일 오후 숙소 샹그릴라 호텔에서 시안 지역 우리 국민 대표 150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가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산시성 투자가 확대돼 한국과 산시성 등 중서부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 중국 정부의 서부대개발 및 내수시장 발전정책에 부응하면서 유라시아 지역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북한의 핵보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오전에는 삼성전자가 시안에 건설 중인 반도체공장 현장을 방문해 우리 기업의 중국 서부대개발 참여와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를 독려했다. 삼성전자는 급성장하는 중국 및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시안에 총 70억 달러(한화 약 8조원)를 투자해 최첨단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단일 건으로 우리 기업의 대중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이고, 중국 내에서는 최초의 낸드플래시 공장이다.
박 대통령은 이재용,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안내를 받으면서 최근 산시성이 중국 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만큼 앞으로 한국은 산시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서부지역에 더 많은 관심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시안 반도체 공장이 양국 공동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서부대개발은 중국 정부가 동부 연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내륙지역을 개발하고, 내수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중국의 21세기 주요 국가전략 사업이다. 산시성은 서부대개발 정책의 전략적 요충지로, 시안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160여개의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고, LG상사, 심텍, SK텔레콤 KMW, 다산네트웍스 등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서부대개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7년 자서전에서는 “1970년대 중동 진출로 큰 기회를 만들었다면 21세기에는 중국의 서부대개발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 표시=박 대통령은 시안 방문을 통해 30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에서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중국과 우의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양국 간 문화교류 및 신뢰관계 강화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안은 주나라 시기부터 중국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장소다. 진시황릉 병마용, 양귀비 목욕탕 화청지(華淸池), 측천무후 건릉 등 문화유적지도 즐비하다.
박 대통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마용갱을 둘러본 뒤 현지 산시TV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오늘 많은 기대를 갖고 왔다”며 “몇 천년 전부터 이렇게 정교한 병마용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고, 인류를 발전시킨 문화가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고 말했다. 또 방명록에는 “병마용에서 장구한 중국 문화의 진수를 느끼고 갑니다”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병마용 관람 도중 현지 관광객 1000여명으로부터 환호를 받자 손을 들어 화답하며 주변에 “고마울 따름이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시안이 한·중 정상회담 파트너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도 방문도시로 결정된 배경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에 숙청돼 좌천된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국무원 부총리를 따라 하방,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에서 7년간 생활했다. 시 주석을 배려하고 시 주석과 개인적인 신뢰·우의를 다지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의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