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中]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 듯 ‘中韓夢’도 하나로 연결돼”
입력 2013-06-30 18:40
칭화대 연설 이모저모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베이징의 명문 칭화대(淸華大)에서 가진 22분여간의 연설에서 중국 고전과 고사성어 등을 곳곳에 인용하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韓中心信之旅, 共創新二十年)’을 주제로 연설했다. 특히 연설 가운데 인사말을 비롯한 모두와 마지막 부분을 직접 중국어로 말해 ‘중국통’임을 과시했다. 이에 400여명의 참석자들도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11차례나 박수로 화답했다.
보라색 상의에 회색 하의 차림으로 칭화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연설 시작 부분에서 중국어로 “칭화대 학생 여러분을 보니 곡식을 심으면 일년 후에 수확을 하고, 나무를 심으면 십년 후에 결실을 맺지만 사람을 기르면 백년 후가 든든하다는 중국고전 ‘관자’(管子)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주역(周易)에서 따온 칭화대의 교훈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끊임없이 스스로 강해지고, 덕을 쌓은 뒤 물질을 취한다)도 중국어로 언급, 학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제갈량(諸葛亮)의 계자서(誡子書)에 나오는 ‘담박영정’(淡泊寧靜)의 고사를 인용하며 인생 선배로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을 소개해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 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바르고 진실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 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역지사지(易地思之), 관포지교(管鮑之交), 삼고초려(三顧草廬) 등 중국 고사성어가 한국 사람의 일반생활에 흔히 쓰이고 있다”며 “많은 한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같은 고전을 책이나 만화를 통해 접했다”고 소개해 한·중 문화의 친근성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의 꿈’(中國夢)과 관련해 “한국도 국민 행복시대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라는 한국의 꿈(韓國夢)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연관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국민 행복, 인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전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이, 중국의 꿈(中國夢)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꾸는 꿈은 아름답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이 대학 출신으로 현재 중국에서 여성으로는 최고 직위에 있는 류옌둥(劉延東) 부총리를 만나 반가워하며 포옹을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중국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도중 마이크가 고장 나자 “사람들이 ‘칭화대는 이공계가 굉장히 강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생각함으로써 칭화대 이공계가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