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中] “청와대 딸→ 청와대 주인으로”… 中 CCTV, 남 달랐던 朴 인생역정 조명
입력 2013-06-30 18:30
‘중국 문화는 인생의 밑바닥을 헤쳐 나오게 해 준 동반자.’
중국 국영 CCTV는 29일 정오(현지시간)부터 30분 동안 박근혜 대통령 특별 인터뷰를 방영하면서 이러한 제목을 달았다. 박 대통령의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 호감을 보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박 대통령의 남달랐던 인생 역정과 한국 현대사도 풍부한 영상 자료와 함께 조명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CCTV 기자 루이청강(芮成鋼)은 “박 대통령의 성장 과정은 보통 사람과 아주 달랐다”면서 그를 ‘촨치(傳奇)’ 한국 여자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촨치’는 영어의 ‘레전드(legend)’에 해당하는 단어로 큰 인물을 지칭할 때 쓴다. 중국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의 방중 기사를 다루면서 자주 이렇게 표현했다.
프로그램은 시작 부분에서 박 대통령을 “청와대의 영애에서 청와대의 주인이 된 인물”이라고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국정을 장악한 뒤 ‘박근혜’는 9세의 나이로 청와대에 들어갔으나 27세 때인 1979년 아버지가 변을 당하자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루이청강은 첫 질문으로 “다른 나라 여성 지도자 한 분은 자신을 여성 대통령으로 부르지 말고 그냥 대통령으로 불러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당신은 어떻게 불리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다”며 “여성 대통령의 특성을 살리되 외교 분야 등에서도 나름대로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루이청강은 또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의 한글판과 중국어판(絶望鍛煉了我·절망단련료아)을 들어 보이며 순탄치 않았던 삶을 화제에 올렸다.
박 대통령은 이에 “(청와대에서 나와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거센 파도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바위를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있다”며 “그때 바위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노란색 재킷 차림에 차분히 말을 이어가던 그는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할 때는 손을 가슴에 갖다대면서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CCTV는 이러한 답변에 뒤이어 박 대통령이 삼국지, 정관정요, 논어, 근사록 등 중국 고전을 읽으면서 힘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루이청강은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질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룬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새 정부는 고용 증대에 치중하면서 창조 경제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향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새 정부의 정책을 설명했다.
루이청강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인터뷰 소감을 한마디로 ‘온유’라고 표현하면서도 주요 대목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CCTV의 박 대통령 인터뷰는 지난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