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訪中 결산] 한국 외교 ‘G2’를 품다

입력 2013-06-30 18:21 수정 2013-06-30 22:43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우리기업 시찰과 병마용갱 방문,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27일부터 시작된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이번 방중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외연을 미국 중심에서 미·중 양강 중심으로 심화·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최대의 외교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초 방미에서 20년 한·미 동맹 발전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엔 ‘중한몽(中韓夢·중국과 한국의 꿈)’과 ‘정열경열(政熱經熱)’이라는 화두로 한·중 관계의 20년 미래 협력 지평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와 대북 정책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인 ‘서울 프로세스’의 진전 모멘텀을 확보하는 성과도 올렸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지칭하며 인민대회당 금색대청 국빈만찬과 댜오위타이(釣魚臺) 특별오찬 등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정상회담 이후 정부 간 협정 1건, 기관 간 약정 7건 등 우리 정상의 방중 외교 사상 최대인 8건의 합의서가 서명되는 성과도 거뒀다.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서열 1~3위 인사를 모두 만나며 ‘한반도 비핵화’가 양국의 공동이익이라는 데 합의한 점도 눈에 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 간의 대화 체제를 신설하는 등 정치·안보 분야에서도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그간의 ‘경열정냉(經熱政冷)’을 ‘경열정열’로 탈바꿈시킨 점도 크나큰 성과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시안의 광복군 유적지 표지석 설치와 경기 파주 중국군 유해 360구 반환 등 현재와 미래를 넘어 ‘과거’로까지 정상외교 범위를 넓혔다. 중국의 6·25 전쟁 참전으로 인해 남아있던 과거사 ‘앙금’도 가라앉힌 것이다.

‘최대의 성공’이라 총평할 만한 이번 방중 외교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다. 중국과의 ‘밀착’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는 어떤 의미로 비쳐질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으로부터 ‘북핵 불용’ 원칙을 명확하게 얻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