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B형 6∼7등급 받은 수험생 A형서 3등급 노려라
입력 2013-06-30 17:54
6월 수능 모의 평가 토대 중·하위권 전략은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 6등급을 받았던 재수생 나중간(가명)군. 2014학년도에 치렀던 여러차례 모의평가에서 영어 B형을 선택해 6∼7등급을 받아오다 본수능에서는 A형으로 갈아탔다. 중간군이 받아 든 본수능에서의 등급은 3등급. B형 선택에 따른 대학별 가산점은 표준점수 하락을 상쇄할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판단은 적중했다. 당초 지방에 있는 대학이나 일부 국립대 하위권 학과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이제 수도권 입성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서울지역 일부 대학도 지원이 가능해졌다.
국민일보와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지난해 수능과 201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본 가상 사례다. 영어 A·B형을 모두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대학들의 가산점 규모와 6월 모의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영어 A·B형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 가능대학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다. 국어와 수학은 3등급으로 가정했다. 그 결과 같은 실력이라도 영어 A형으로 선택하느냐 B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원가능 대학의 수준이 달라지는 결과가 나왔다.
◇중·하위권, 선택의 기로에=수준별 수능 도입으로 중간군과 같은 중위권 수험생은 올해 입시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지난해에 비해 많아졌다. 특히 수능 영어가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수험생도 비슷한 처지다. 이런 불확실성을 잘만 활용한다면 의외의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6월 모의평가 분석결과 영어 A형의 1∼3등급(상위권)과 B형 5∼7등급(중하위권)의 표준점수차는 24∼63점으로 나타났다(표3 참조). 이를 가산점으로 메운다면 25.5∼86.3%는 받아야 한다. 그러나 25%이상 가산점을 주는 대학은 영남대 등 13개교에 불과하다(표1 참조). 이들 대학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B형 선택에 따라 손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만약 A형에서 3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수험생이 B형에서 8등급을 받는다면 지원하려는 대학이 78.8%의 가산점을 줘야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중·하위권 학생들은 영어 B형을 고수할지 고민해야 한다. A·B 선택 가능대학을 목표대학으로 설정한 뒤 A형 맞춤형 공부를 시작하는 한편, 다른 과목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B형 6등급 이하라면 A형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6월 모의평가와 본수능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영어는 6월 모의평가 등급컷과 본수능의 표준점수 및 등급컷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1등급 2.7%·2등급 7% 이하 재학생, “안심 못해”= 분명한 것은 6월 모의평가보다 본수능에서는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어 A형에는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B형에서 이탈해 유입되고, B형에서는 중·하위권을 형성해 떠받혀 주던 수험생들이 빠져나가게 된다.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모의평가에서 17.7%였던 A형 응시자가 본수능에서는 최대 40%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6월 모의평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A·B형 응시 집단 간 수준차도 A형으로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중·하위권은 물론 중위권과 상위권에 걸친 수험생도 등급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어 B형을 응시해 상위 등급을 받은 수험생도 안심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본수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재수생도 6월 모의평가의 두 배 정도 많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표4 참조). 재수생의 존재는 상위권 재학생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수능 1·2등급대의 경우 국어·영어에서는 재수생이 35%내외, 수학은 40% 내외를 재수생이 차지해왔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더라도 2.7% 이내, 2등급의 경우 7% 이내가 아니라면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학의 경우는 성적 하락 폭이 더욱 클 수 있다. 더구나 올해는 수능최저등급 기준을 충족시키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점도 유의해서 입시전략을 짜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