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준섭] 도쿄도의회 선거와 日 정치
입력 2013-06-30 19:07
지난 6월 23일 도쿄도의회 선거가 행해졌다. 서울시의회 선거에 해당하는 이 선거는 7월 21일 행해질 예정인 참의원선거의 전초전으로서 일본 매스컴의 큰 주목을 받았다.
4년 전인 2009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던 민주당이 그해 8월 중의원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것을 보더라도, 이번 선거결과가 7월 참의원선거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으며, 따라서 각 정당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선거를 치른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선거전에 임했던 것이다.
그런데 선거결과는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 있는 현재의 일본 정치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전체 127석 중 자민당은 기존 의석보다 21석 증가한 59석을 획득했으며 공명당의 23석을 합쳐서 연립여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82석을 확보했다. 이에 반해 제1야당인 민주당은 54석에서 15석으로 줄어드는 대참패를 기록하며, 17석을 획득한 일본공산당에조차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도의회만을 놓고 본다면 구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당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공산당이 제1야당이 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정권을 쥐고 있던 정당이 아무리 지방선거라 할지라도 일본공산당에 의석수에서 밀리는 이 현상은 분명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같은 선거결과에 대해 일본 매스컴은 아베노믹스 이외에는 뚜렷한 선거쟁점이 없어서 투표율이 낮아졌으며, 그것이 무당파층에 크게 의존해 온 민주당에 패배를 안겨주었다거나, 아베노믹스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선명한 반대 입장을 취해온 일본공산당에 투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하시모토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의 회’가 3석에서 2석으로 줄어든 것을 보고 지나치게 우파적인 정치인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해설한다. 그러나 그 어떠한 기사에서도 이 선거결과가 의미하는 일본 정치의 ‘비정상적인’ 모습의 전체상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것 같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균형을 잃은 일본 정치의 모습이 잘 드러났다고 본다. 보수층 가운데 민주당을 지지하던 유권자가 3년 반에 이르는 민주당 집권기의 실정(失政)에 등을 돌리면서 안 그래도 취약하던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결정적으로 약해졌다. 민주당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사상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많은 보수정당들이 탄생했으며, 이 같은 상황은 모든 선거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자민당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원래 일본인들은 스모(일본씨름)의 ‘요코즈나’(한국 씨름의 천하장사와 같은 의미)라는 존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슷한 상대끼리의 경쟁보다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를 인정하고 그 존재에 대해 도전하는 형태의 경쟁의 미학을 숭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행태 역시 이 같은 가치관의 산물이다.
민주당 정권의 탄생에 의해 2대 정당제가 확립될 것이라고 여겨지던 일본 정치는 일본인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정치로 돌아가고 있다. 자민당은 정치판의 ‘요코즈나’로 확실히 부활했으며, 나약한 정치인의 대명사였던 아베 총리는 극적인 반전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영웅을 갈망하는 일본인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러한 일본 정치의 흐름은 참의원선거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게다가 아베노믹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자민당의 1당 우위체제(소위 ‘55년 체제’)가 다시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자민당의 전후세대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은 우파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정치인들이 주도할 새로운 자민당의 1당 우위체제 아래서 한·일관계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냉철히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준섭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