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북한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입력 2013-06-30 19:07
“중국이 달라졌다. 미국도 클린턴 정부와는 다르다. 북한이 기대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이 지난 2월 시도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정리되는 국면이다. 중국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 보여준 한·중 간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시켰다. 한국이 원했던 ‘북핵불용’이라는 분명한 언급을 비켜가긴 했지만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같이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하며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강한 지지를 얻어낸 데 이어 이번에 중국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위기 국면을 조성한 이후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내부 체제위기 극복에 일정한 정도의 효과를 거둔 것 외에는 얻은 것이 전무한 상태다. 외신에서 보도되고 있는 북한 내 사회 일탈현상과 계속되는 탈북자행렬로 볼 때 내부 체제정비조차도 과거 핵위기 조성 국면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다.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예상 밖의 돌발성과 변칙 플레이 정도인데, 이것은 김정일 시절에 충분히 선보인 것으로 김정은이 조금 더 강력한 돌발성을 선보였다 한들 국제적으로 받아들이는 충격파는 상투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냉전이 사라진 지구촌에서 핵문제는 성공할 수 없는 카드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의 주기적인 위협을 겪으며 국제사회는 한껏 냉정해졌다. 1993년 김일성의 핵카드가 미국과의 양자협상에 의해 타결이 모색되었다면, 2003년 김정일의 핵카드는 좀 더 복잡한 6자협상에 의해 해결이 모색되었다. 그러나 2013년 김정은의 핵카드에 이르면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훨씬 강경한 해법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이 잃은 것은 너무나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의 거의 모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남한의 초등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문제 중 하나가 ‘오늘은 북한이 남한에 미사일을 쏠까’였다고 한다. 북한이 아무리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외치고 북·미 양자회담을 고대하더라도 최종 해법을 가진 핵심당사국은 한국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민심을 잃게 되면 북한은 훗날 중대고비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기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이 ‘대북 강경조처’라고 답한 반응이 70%에 이르렀다. 그만큼 한국 국민들의 대북피로감이 고정화됐다는 사실은 북한의 궁극 목표인 경제발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가 되고 있다. 북한에 국제적 규범을 요구하고 당국회담에서 참석자의 동등한 격을 요구하는 등 날로 그물망이 촘촘해지고 있다.
앞으로 북한은 체제안정을 도모하면서 점진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 신뢰 없이 경제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지난 27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박 대통령과의 확대 회담 환영사에서 통일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의 한시를 인용해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라고 읊은 것이나, 박 대통령이 자신들보다 비교우위적인 환영을 받으며 고도(古都) 시안(西安)까지 사통오달하는 것을 보고, 이런 행보가 보여주는 은유(隱喩)에 대해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화해국면으로 전환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이 어려운 상황을 바람직하게 바꾸고 이끌어가는 한국 정부의 남다른 지혜가 요청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편집인 s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