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사명선언문의 힘

입력 2013-06-30 19:12


“당신의 사명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글쎄요, 사명은 좀 특별한 사람에게 있는 것 아닌가요” 또는 “사명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못 찾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에게도 사명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계기가 있었다.

15년 전 직장을 그만두었을 무렵이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끊어지는 것도 불안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의 나침반이 없다는 점이 더욱 나를 힘겹게 만들었다. 마치 안개가 자욱한 길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역할 모델도 없고, 삶의 지도 한 장 없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

마침 그때 친구가 소개해 준 ‘기적의 사명선언문’과 ‘하프타임’을 읽게 되었다. 밥 버포드는 인생 후반전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새로운 각본을 쓰고 설계하는 시간을 ‘하프타임’이라고 하면서 “인생의 전반전 목표가 성공을 추구하는 기간이었다면 후반전은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하프타임을 보내며 몇 가지 질문을 거듭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할 때 열정을 느끼는가. 나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관심사나 대상은 누구인가. 돈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심한 끝에 2004년 마침내 사명선언문을 작성했다. 사명선언문은 삶이 흔들릴 때마다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우리가 하는 말에 힘이 있듯이 생각을 함축해서 표현한 글에 힘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 뒤 나의 경험을 거울삼아 1년 동안 소그룹을 이끌면서 사명선언문을 쓰도록 도왔다. 그때 일은 함께한 사람들뿐 아니라 나에게도 참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사명선언문을 새로 만드는 것은 직업이나 직장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힘든 작업이다. 스티븐 코비는 8개월 만에 가족의 사명선언문을 완성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3년 또는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조기 퇴직이 늘고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경제적인 준비와 더불어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삶의 나침반, 사명선언문을 준비해 보자. 누구에게나 꼭 맞는 사명은 있다.

윤필교 (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