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김정기] 킹 목사의 꿈

입력 2013-06-30 19:13


갑과 을의 문제는 어디서든 뜨거운 감자인 모양이다. 미국 사회가 갑을의 차별과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시행해 온 소수인종보호조치와 관련한 연방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논쟁으로 떠들썩하다. 이 조치는 고용, 교육, 비즈니스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아 온 여성과 소수인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로 인종과 성별을 고려해 소수자를 우대하는 적극적인 선택성을 포함한다.

뉴욕타임스 24일자는 대법원이 7대 1의 평결로 대학입학에서 소수인종을 보호하는 조치가 적법하게 시행되었는가에 대한 재심리 결정을 보도했다. 소수인종보호조치 때문에 텍사스 대학에서 불합격의 역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백인 원고 피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조치가 헌법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직접적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이 판결로 소수자보호조치에 도전하는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25일과 27일자는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투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주(州) 선거법을 변경하려면 연방정부나 연방법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투표권리법이 위헌이라는 5대 4 평결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분석을 다루었다.

黑白 편견 없는 평등한 세상

이 두 평결은 소수인종 보호의 가치를 후퇴시키는 것이어서 유감이다. 미국이 스스로의 역사적 경험을 반성하며 마틴 루서 킹 목사와 같은 시민인권운동가들과 함께 형성해 온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1963년 8월 28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이 있는 링컨기념관 앞에 20만명의 남녀노소 미국인들이 몰려들었다. 흑인은 물론 백인도,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함께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을 들었다. 맞장구치고 웃고 소리치고 눈물 흘리며 역사적인 스피치에 목을 놓았다(Rohler & Cook, Great Speeches for Criticism & Analysis).

“100년 전 위대한 미국인 링컨은 노예해방 문서에 사인했습니다. 이 법령은 고통에 신음하는 수백만의 니그로(원문에 따름·흑인)에게 희망의 횃불이었고 압제로부터 해방의 여명이었습니다. …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니그로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채 흑백분리의 속박과 흑백 차별의 족쇄로 절뚝이고 있습니다. 100년이 지난 이 순간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빈곤의 외로운 섬에 고립되어 삽니다. … 경찰의 야만적 폭력 공포가 지속하는 한, 니그로가 쉬어갈 수 있는 숙박소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사회적 진출이 더 작은 빈민가에서 더 큰 빈민가로의 이동에 머무르는 한, 니그로 아이들이 자존감을 상실하는 한, 미시시피주의 니그로들이 투표권을 얻지 못하는 한, 뉴욕의 니그로들은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를 가지지 못하는 한 투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도 공생 위한 대비 서둘러야

킹 목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미국의 건국정신을 강조하며 조지아주의 붉은 동산에 노예의 아들들과 노예 주인의 아들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고, 자신의 네 딸들이 검은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고, 흑인 소년소녀들이 백인 소년소녀들과 손잡고 형제자매로 함께하는 날’을 꿈꿨다.

그 꿈이 킹 목사만의 꿈으로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차이를 다양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차별하는 모든 사회가 꾸어야 할 꿈이다. 학연, 지연, 혈연, 금권 등이 합종연횡하며 배타적인 카르텔과 차별이 되어 맹위를 떨치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갑을 상생 문제는 물론이고 귀화자를 포함해 국내 체류 외국인 150만명 시대, 100명 중 3명이 이미 외국인인 대한민국에서 차별 없이 손을 맞잡고 살아가기 위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