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허리 혹 뗀 60대 “살라맛 뽀 살라맛 뽀” (고맙습니다)

입력 2013-06-30 17:19 수정 2013-06-30 19:57


메신저인터내셔널·송도하베스트순복음교회, 필리핀 의료봉사

“살라맛 뽀, 살라맛 뽀.”(고맙습니다)

리카르도 톤고(68)씨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20년 넘게 허리에 붙어 있던 10㎝ 크기의 지방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20년 넘게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그동안 허리에 달린 혹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비 때문에 수술은 엄두도 못 냈죠. 이번에 수술을 받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는 수술을 해준 권중혁 원장에게 코코넛 열매를 선물로 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무릎의 통증으로 보행이 어려웠던 마리아 크라손(51·여)씨도 주사도 맞고 약도 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려면 300∼500페소(7000∼1만3000원)가 있어야 해요. 가정부로 하루 종일 일해서 한 달에 3500페소(9만2000원)를 벌어 4명의 가족이 먹고 살아요. 7년 전 병원에 간 본 후 처음 진료를 받았어요.”

지난달 17∼21일 사단법인 메신저인터내셔널과 송도하베스트순복음교회(김귀순 목사)는 필리핀 엥겔레스 지역에서 1000여명의 도시빈민과 코피노 가정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진료과목은 외과 내과 치과 산부인과 한방과 등이었으며 의료진은 모두 송도하베스트순복음교회 성도들이다. 권중혁(서울성모정형외과원장), 강도영(부산동아대 내과 교수) 양원규(미래아이산부인과원장) 김규태(삼대한의원 원장), 류승희(서울치과원장)씨 등을 비롯한 47명의 성도들이 무더위 속에서 예배, 의료·이미용·네일아트 봉사 등에 참여했다.

수도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져 있는 엥겔레스는 미국의 클라크 공군기지가 있었던 자유무역 지구이다. 엥겔레스는 마닐라와 세부와 함께 많은 한국인 여행객, 사업가, 학생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이번 의료봉사에 부모님과 함께 참여한 김가희(16)양은 “제 나이 또래의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남성에게 버림받고 아이를 홀로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고 부끄러웠어요”라고 말했다. 약국봉사와 사진봉사를 담당한 남형준(17)군은 봉사를 통해 남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이들이 진료 받은 시간동안은 삶에 대한 고민을 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섬겼어요. 누구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 배웠지요.”

또 두 명의 청소년 자녀와 함께 참여한 남윤석(51·한국산업기술대학교수), 염인숙(48·약사)씨 부부는 “봉사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내년에 아이들과 다시 또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메시저인터내셔널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계 혼혈 아이들이 출생의 배경으로 인한 차별 및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세부와 엥겔레스 지역의 136명의 코피노 아이들과 172명의 한국인 후원자들 간에 결연을 맺어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엥겔레스=글·사진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