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절대시간, 절대공간

입력 2013-06-30 17:19


하나님께서 우리를 숨기실 때가 있다. 세상을 향해 열린 창문을 닫고, 하나님의 음성에만 귀 기울이게 하실 때가 있다. 마치 엘리야를 그릿시냇가로 숨기신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이 세상의 소음과 바쁨에 중독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없이 인생을 달릴 때에는 내가 달리고 있는 것조차도 모른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넘는 속도의 차 속에 있어도 느긋한 졸음이 쏟아지는 것과 같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달리는 차를 쳐다보면 차들이 얼마나 무섭게 달리는지 실감이 간다. 우리가 인생 속도에 중독되어 내가 달리고 있는 것도 느끼지 못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조용히 불러내고 싶어 하신다.

예수전도단 사역을 하신 오대원(데이빗 로스) 목사는 한국에서 사역한 지 25년이 되던 해 1986년 한국에서 추방되어 미국으로 잠시 돌아가셨다고 한다. 실망을 안고 그가 찾았던 곳은 25년 전 하나님께서 그를 한국으로 부르시는 사명을 받은, 미국의 어느 깊은 산장이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오대원 목사에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너의 사역은 내 이름으로 위대한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너도 나를 사랑하고, 나의 영광을 위해서 내가 너를 쓸 것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선교사역, 그것이 자신의 우상이 되어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그릿시냇가에서 그는 비로소 주의 음성에 귀 기울였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놀라운 하나님의 열매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하나님의 음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하나님만 만나는 시간과 공간, 이른바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현대인의 세 가지 원수가 소음, 바쁨, 그리고 군중이라’고 말한 리처드 포스터의 지적은 정확하다. 나는 목회자의 첫째 사역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역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지 뮬러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내가 매일 해야 하는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사역은 내 영혼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역이다.” 그것을 위해 조지 뮬러는 악착스레 하나님 음성을 듣는 데 몰두했다. 고수의 노하우를 배우자. 나의 그릿시냇가는 이상이 없는가? 나는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가?

언젠가 들었던 런던 시내의 한 음식점 이야기가 생각난다. ‘당 르 누아르’ 프랑스 말로 ‘어둠 속에서’라는 음식점인데, 이곳에 들어서면 온 사방이 암흑이다. 휴대폰 불빛은 물론 담뱃불도 켤 수 없다. 고객들은 시각장애인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암흑 속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된다. 왜일까? 이유는 단 한 가지,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 외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비로소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발상이다. 하나님의 음성 외에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절대시간과 절대공간, 영적 암흑식당의 한 자리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무서운 속도로 달리면서도 느긋한 잠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조용히 돌아볼 때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