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 가득 흐르는 무대… 화려한 특수효과는 없다

입력 2013-06-30 17:43


브로드웨이서 화제 모은 저예산 뮤지컬 ‘애비뉴 Q’ 처음 한국으로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미국 토니상의 2004년 시상식.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벌어졌다.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급 뮤지컬 ‘위키드’와 실험정신과 창의력으로 승부한 저예산 뮤지컬 ‘애비뉴 Q’의 대결. ‘위키드’의 주인공 글린다의 의상 한 벌 값이 ‘애비뉴 Q’ 전체 제작비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애비뉴 Q’는 토니상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휩쓸었다. 당시 최고작품상 수상작 자막이 잘못 나가는 사고까지 생겼을 정도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2003년 초연 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애비뉴 Q’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8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사람이 아닌 인형이 주인공=‘애비뉴 Q’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롭다는 것. 화려한 특수효과나 무대장치는 없다. 대신 참신함이 있다. 사람이 아닌 인형이 주인공이다. 아이디어는 ‘브로드웨이의 악동 콤비’로 불리는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로부터 나왔다. 미국 어린이 TV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인형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퍼펫(손을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흥겨운 음악에 맞춰 청춘들의 고민과 사회부조리를 직설적인 대사로 유쾌하게 보여준다. 배우들이 9개의 퍼펫을 조종하면서 대사와 노래, 춤을 소화하는 방식이다.

정통 뮤지컬의 형식과 신데렐라 식 이야기를 깨버린 새로운 뮤지컬의 탄생에 평단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영리하고 대담한 뮤지컬, 더럽게 매력적이다”라는 이례적인 평을 내놓았다.

◇인형들이 날리는 힐링 돌직구=최근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에서 이 작품의 프로듀서 폴 그리핀과 주연 배우들을 만났다. 이들은 작품의 매력에 대해 “귀엽게 생긴 퍼펫이 못하는 말이 없다”며 웃었다. 사람이 아닌 인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문과 졸업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엿 같은 내 인생’ ‘인터넷은 야동용’ ‘사랑을 나눌 땐 맘껏 소리 질러’ 등 수록곡만 봐도 이 작품에 담긴 거침없는 도발과 세련된 풍자 및 유머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동성애, 포르노 중독, 인종차별과 같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부터 청년실업과 직장생활 문제, 섹스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까지 과감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인형의 입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수위가 조절되고, 상상력은 더욱 극대화된다.

인형들의 촌철살인 대사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뉴욕식 언어유희’가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관건이다. 프로듀서 그리핀은 “사랑에 빠지고 인생의 의미를 찾고 정체성을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고민과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도 모두 유쾌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춤·연기·퍼펫 조정까지 하는 배우들=퍼펫을 손에 끼고 나와 2개 이상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 매력의 큰 축을 담당한다. ‘애비뉴 Q’는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을 뜻한다. 갓 대학을 졸업해 일자리를 찾고 있는 프린스턴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다.

청년 백수 프린스턴과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 로드 역을 동시에 맡은 배우 니콜라스 던컨은 “무대 위에서 퍼펫에게 생명력을 부여해주는 것은 멋진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연애주의자 루시와 소심한 유치원 교사 케이트를 함께 연기하는 칼리 앤더슨은 “노래와 춤, 연기 외에 퍼펫과의 교감이라는 4번째 재능이 필요하다. 한 배우가 (양손에 낀) 두 퍼펫 역을 하면서 목소리와 노래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변신을 하는 것도 큰 재미”라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