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연비 경쟁… ‘내가 제일 멀∼리 가’
입력 2013-06-30 17:30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비는 자동차 구입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차급을 정한 뒤에는 주행성능이나 디자인보다 연비부터 따져보는 게 요즘 자동차 구매의 패턴이다. 최근 출시되는 차는 대부분 성능에서 ‘기본’은 하고 있어 연비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자동차 업체들도 연비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무단 변속기와 엔진 다운사이징 등 연비를 높이는 기술이 적용된 차량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출시됐거나 곧 출시될 차 가운데 뛰어난 연비로 눈길을 끈 차 여섯 종을 소개한다. 연비가 최소한 리터당 13.0㎞ 이상인 차를 골랐다.
◇무단변속 스파크S 연비 훌륭=지난 5월 출시된 한국지엠의 경차 쉐보레 스파크S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5.3㎞(도심 13.8㎞, 고속도로 17.7㎞)다. 높은 연비를 갖게 된 비결은 무단변속기(CVT)의 장착이다. 무단변속기는 기존의 수동·자동변속기와 달리 주어진 변속범위 내에서 연속적인 변속이 이뤄지는 장치다. 기어 변속에 따른 충격이 없고 엔진의 속도를 바퀴와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엔진의 최적 운전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자동변속기에 비해 20% 연비 향상 효과가 있다.
연비 효율성이 뛰어난 디젤 엔진을 단 차량도 상반기에 잇따라 출시됐다. 5월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ix 디젤 모델(배기량 1995㏄)은 복합연비가 리터당 13.8㎞다. 디젤 차량은 소음이 단점으로 지적되는데, 이 차는 N.V.H(Noise·소음, Vibration·진동, Harshness·타이어 충격 소리) 개선으로 정숙성을 확보했다.
지난 4월 선보인 기아자동차의 올뉴카렌스 디젤 모델은 비교적 작은 엔진(배기량 1685㏄)을 장착해 연비를 확보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세계적 추세인 점과 경제성을 고려해 2.0ℓ 급이 아닌 1.7ℓ급 디젤 엔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올뉴카렌스 디젤 자동변속 모델의 경우 연비가 리터당 13.2㎞다. 이전 가솔린 엔진 모델의 리터당 9.5㎞에 비해 연비가 크게 향상됐다.
◇엔진 크기 줄여 연비 높여=엔진 다운사이징의 대표 주자는 르노삼성의 SM5 TCE다. 5월 말 출시된 이 차에는 배기량 1618㏄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국내 중형차에 탑재된 엔진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다.
하지만 이 차의 힘은 최고 190마력으로 다른 중형차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르노삼성은 “현존하는 세계 최신의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라고 자랑한다.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중형 세단치고는 우수한 리터당 13.0㎞의 연비를 보여준다.
수입차 가운데서는 곧 시판될 BMW 뉴 320d 그란 투리스모의 연비가 눈에 띈다. 2.0 리터 BMW 트윈파워 터보 디젤이 탑재돼 복합연비가 리터당 16.2㎞나 된다. BMW는 브레이크에너지 재생시스템 등 연료 효율을 높이는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4월 출시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소형 해치백 폴로도 복합연비가 리터당 18.3㎞로 우수하다. 배기량이 1598㏄인 디젤 직분사 터보 차저 엔진이 탑재돼있다. 폴로는 지난달 말까지 427대가 팔렸고, 5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6위를 기록했다.
수입차 가운데는 선진 기술력으로 뛰어난 연비를 구현한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차량 값도 비싸 오로지 연비만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차량은 아직도 예전 기준으로 연비를 표시하기도 해 차 구매시 잘 살펴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옛 연비를 그대로 표시했거나 신고값과 다른 연비·등급을 표시한 차량 등의 제조사 9곳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