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가린 채 밝은 척 행복한 척… 현대인의 자화상 보는 듯
입력 2013-06-30 17:38
김지희 6번째 개인전 ‘가상의 위장’ 展
치아 교정기를 낀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동양적 팝아트를 추구하는 한국화가 김지희(30)의 그림이다. 작가는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나와 2011년 ‘양머리 소녀’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와 귀여운 캐릭터로 주목 받았다. 그의 그림은 치과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중국 영국 미국 독일 등의 기획전에 100여 차례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랐다.
최근에는 교정 전문 치과를 비롯해 화장품 브랜드 미샤, 걸그룹 ‘소녀시대’와 아트 상품을 공동으로 작업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사이로 살짝 솟은 두 뿔과 얼굴을 절반쯤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 루이뷔통, 구치, 샤넬 등 명품 로고가 그려져 있던 선글라스 렌즈에는 이제 수류탄이 새겨져 있다. 불안감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봉합된 미소-위장’이다.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가상의 위장(Virtual Camouflage)’이라는 타이틀로 6번째 개인전을 연다. 인물 시리즈 외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디테일하게 그린 ‘가상의 마음’ 등 30여점을 건다. 밝은 척, 행복한 척 판박이 같은 함박웃음을 띤 인물들은 마음의 창인 두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02-549-3112).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