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돌방석·잘 안보이는 간판… 국립미술관 맞아?

입력 2013-06-30 17:39


이달 초 완공 예정인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최근 공사 가림막을 철거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부지(2만7264㎡)에 들어서는 서울관은 2011년 6월 기공식을 가진 이후 2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11월 개관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총 사업비 2460억원이 투입된 서울관의 기본 콘셉트는 ‘담장 없는 열린 미술관’이다.

경복궁 건춘문 앞 삼청로를 걸어가며 미술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울관 앞마당 보행로에는 150년 된 높이 17m의 보호수(비술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기무사 옛 건물을 살리면서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진 것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행정 편의주의 시설과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 등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얼굴’을 보여주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마당에 들어선 중국산 돌방석=시민들이 지나는 미술관 앞마당 보행로에는 8개의 돌방석이 설치돼 있다. 2000년 인사동에 설치된 뒤 통행 불편만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돌방석과 비슷한 크기·모양이다. 아무 디자인도 없이 직사각형 화강암을 두었다. 게다가 돌도 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이다. 당초 국산으로 설계됐으나 돌의 수급 및 예산 문제 때문에 중국산으로 변경됐다.

얼마 전 현장을 찾은 한 미술인은 “관람객들이 지나다 편하게 앉으라고 돌방석을 설치한 것 같은데 일반 거리도 아니고 미술관 앞에 미적 감각도 없이 이렇게 투박한 의자를, 그것도 중국산을 두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보행로 설치물은 종로구청 관할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책임을 떠 넘겼다.

◇밋밋하고 칙칙한 로고와 간판=서울관의 대표 건물은 2008년 7월 등록문화재 제375호로 등록된 국군기무사령부 본관(옛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의원)이다. 리모델링한 이 건물 입구에 서울관의 로고와 간판을 붙였다. ‘MMCA’(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라는 영문을 검게 디자인한 로고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라는 한글 간판을 회색 바탕에 설치했다.

회색 바탕에 검은색 로고와 회색 글씨를 설치하다 보니 눈에 띄지 않는다. 로고와 간판을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다. 한 디자인 전문가는 “로고와 간판은 건물의 상징이자 주요 홍보수단으로 시대감각에 어울려야 하는데 서울관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미술관 측은 “건물이 문화재여서 튀지 않고 차분하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카페테리아에 가려진 종친부=서울관의 자랑이라면 조선시대 종친부(宗親府·국왕의 족보 보관 및 왕족의 인사 조정 등을 관장하던 곳)가 관내에 있다는 점이다. 유서 깊은 문화재(서울시 유형문화재 제9호)가 미술관 안에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하지만 앞마당 보행로에서는 종친부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앞에 들어선 카페테리아 건물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종친부는 1981년 화동의 정독도서관으로 이전됐다가 이번에 서울관으로 이전·복원됐다. 미술관 측은 “종친부 건물이 밖에서도 잘 보이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설계 변경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추후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친부의 담장 쌓기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