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권’을 아시나요] 日 고속도로 ‘공중권’ 매각… 美 ‘개발권이양제’ 운영

입력 2013-06-29 04:01

미국 최고의 부동산업자 도널드 J 트럼프는 뉴욕 소호 지역에 최고급 호텔을 지으며 주변 건물의 ‘공중권(Air Right)’을 모두 사들였다. 토지 위 공간 일정부분을 이용할 권리를 뜻하는 공중권을 사들였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특별하게 이를 활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소호 트럼프’ 호텔은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권을 얻었다. 공중권을 모두 팔아버린 주변 건물주들은 건물을 더 높일 수 있는 권리를 상실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처럼 토지 위의 하늘도 사고판다.

지난 5월 일본 정부는 반지하 형태의 고속도로 위의 땅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변 빌딩에 파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후한 고속도로의 보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도쿄 중심가 긴자 부근 1㎞ 구간의 공중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공중권을 산 사람들은 해당 반지하 도로 위에 건물을 짓는 등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사들인 공간만큼 주변에 있던 기존 건물을 더 높이는 것도 허용된다.

우리나라는 민법상 ‘구분지상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토지개발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미국 등에서 쓰이는 공중권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법원 관계자는 27일 “구분지상권은 소유권 속에 포함된 개념이어서 그 권리만 따로 떼어내 사고팔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공중권 매매와는 별도로 1960년대부터 개발권이양제도(TDR·Transfer of Development Right)를 확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TDR은 개발지역 토지 소유자에게 다른 지역에 대한 개발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공공시설의 개발 등으로 재산상 손실을 입은 토지 소유자들은 다른 지역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하이라인’ 철거를 두고 벌어진 뉴욕시민과 지주 간의 갈등도 TDR을 통해 해소됐다.

뉴욕 도심에 위치한 고가 화물철도노선인 하이라인은 자동차 도로망이 확보되면서부터 사용률이 떨어지다가 1980년대부터는 사용되지 않고 방치됐다. 하이라인의 지주들은 고가철도를 철거하려 했지만 시민들은 하이라인을 뉴욕의 명소로 만들자며 반대했다. 2002년 소송에서 보존론자들이 승소했다. 대신 지주들은 뉴욕시로부터 고가철도가 지나는 공간에 대한 공중권을 인정받았고, 그만큼 다른 지역을 개발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정우형 교수는 “미국은 TDR을 통해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꾀하고,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관련법 체계를 더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