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여고 농구선수 품귀 심각

입력 2013-06-28 18:42

국내 여고 농구에서 신기한 결과가 나왔다. 4명이 뛴 팀이 5명이 맞선 팀을 꺾었다. 4쿼터 막판에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 이기는 경우는 가끔 있었지만 경기 내내 4명이 뛴 팀이 이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33회 서울시협회장기 남녀 초·중·고 대회 마지막 날 여고부 선일여고와 숙명여고의 결승전. 1쿼터 중반쯤 선일여고 선수 1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숙명여고의 승리가 거의 확실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선일여고는 전반을 32-40으로 뒤졌다. 그러나 꾸준히 추격전을 벌인 끝에 4쿼터 막판 송수희의 역전 결승 3점포로 77대 74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제94회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예선을 겸한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선일여고는 올해 전국체전에 서울 대표로 출전하는 자격도 얻었다.

선일여고는 국내 여고 3학년 가운데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신지현과 키 187㎝의 센터 김연희가 버티고 있는 만큼 4명으로도 어느 정도 경기는 치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0분 이상을 4명이 뛰고도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선일여고는 이달 중순 끝난 쌍용기 결승에서도 1쿼터 초반에 한 명이 부상으로 빠져 4명이 뛰었고, 당시 인성여고에 72대 59로 졌다.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상식을 뒤엎는 결과를 냈다.

사실 국내 여고농구의 선수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막힌 것은 국내 대표적인 농구 명문인 선일여고에 선수가 5명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선일여고 외에도 선수가 5∼6명밖에 안 되는 여고가 적지 않다고 한다. ‘4명이 5명을 이겼다’고 마냥 칭찬하거나 자랑할 일이 아니다.

여고농구 선수 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