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訪中] 방중 또 다른 키워드는 ‘문화’

입력 2013-06-28 18:30 수정 2013-06-28 18:53

“한국이 미국과 ‘동맹’이라는 패(카드)를 갖고 있다면 중국과는 ‘문화’라는 패를 꺼내들어야 한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28일 “한·중 양국 정상이 27일 회담에서 인문 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중 인문교류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이 중국과는 ‘문화패’를 앞세워 관계를 강화시켜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박근혜 대통령 방중의 또 다른 키워드가 ‘문화’라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신문은 또 “박 대통령은 ‘얼음 공주’나 ‘한국의 대처’ 등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한국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양국 간 인문 교류 활성화가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29일 칭화대에서 한복을 입고 중국어로 연설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박 대통령이 문화적 소양을 갖췄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칭화대 연설 제목은 ‘새로운 20년을 향한 한·중 양국 심신지려(心信之旅)’. 경화시보는 “청와대 측이 이번 연설을 위해 세 가지 연설문을 준비했다”면서 모든 내용을 중국어로 연설하는 것, 부분적으로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 시작 부분만 중국어를 사용하는 게 그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박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을 방문하는 것도 문화를 중시하는 또 다른 예로 들었다. 매체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동시에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강한 바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분석했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중국과 관계 강화를 희망한다는 표시로 시안을 방문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중국 언론은 양국 수교 이래 지금까지 한국 대통령이 여섯 차례 중국을 국빈 방문했으나 네 차례는 베이징 방문 후 상하이(上海)로 갔고 나머지 두 차례는 각각 청두(成都)와 칭다오(靑島)로 향했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하루 전 박 대통령을 만나 ‘중국 인민의 라오펑여우(老朋友)’라면서 “중국 문화와 철학에 대해 아주 조예가 깊다”고 말한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5일 중국국제라디오방송(CRI)에서 “한국은 경제적 성과 외에도 ‘소프트 파워’라는 외교적 병기를 갖고 있다”며 “한국의 음악, TV 프로그램, 영화 등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와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은 방중을 통해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충분히 뽐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롄구이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의복, 행동, 일정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