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설마…” 하다 찰칵! 국회 본회의장은 ‘유리상자’
입력 2013-06-28 18:05 수정 2013-06-29 00:54
“국회 본회의장은 거대한 유리 상자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관련 비공개 회의 발언을 유출한 사람으로 지목된 같은 당 김재원 의원으로부터 받은 ‘읍소형’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여권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국회 본회의장 내 ‘휴대전화 필화(筆禍)’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본회의에 참석 중인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그 내용이 논란이 된 사건들이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에게 휴대전화로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걸렸다. 지난달에는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본회의 중 비서관으로부터 ‘의원님, 공○○회장 아드님 취업 관련 부탁 연락 왔음. 국방과학연구소, 의견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읽는 장면이 촬영돼 취업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국방과학연구소의 채용일정을 알아봐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 도중 누드사진을 검색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곤욕을 치렀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직을 사퇴하고 공식 사과문까지 냈다. 의원들 사이에선 본회의장 휴대전화 사용 경계령이 내려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건’이 잇따르는 것일까. 본회의가 열리는 날에는 사진기자들이 본회의장 2층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주요 정치인들의 휴대전화 문자내용을 ‘감시’한다. 본회의가 진행 중일 때는 통화가 제한되기 때문에 의원들은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 손안의 휴대전화 문자가 공개될까 방심했다가 딱 걸리는 것이다.
급기야 국회 사무처는 지난 4월 의원 전원에게 공문을 보내 본회의장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고 통화가 필요하면 휴게실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설마’ 하는 의원들과 고성능 망원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이 있는 한 유사사건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