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질 수송 화물차 도심속 ‘아찔한 질주’
입력 2013-06-28 18:01
위험물질을 실은 화물차들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동 경로를 정해 놓지 않고 출발하거나 이동 중에도 경로 파악에 손놓고 있는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위험물질 운반 차량이 도심이나 주택가를 돌아다녀도 업체 측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달 공개한 ‘위험물질 운송관리 실태’에 따르면 위험물질 취급 업체 512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운송 경로를 미리 정해놓고 운행하는 곳은 52.1%(267곳)에 불과했다. 위험물질 운송은 주택가 등을 피해야 하는데도 경로를 전적으로 화물차 운전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화물차 운전자들은 운송비용을 아끼기 위해 도심이나 주택가 등을 가리지 않고 최단거리로 이동하고 있다.
또 위험물질 운송차량 위치를 실시간 파악하는 업체는 197곳(38.5%)에 그쳤다. 이마저도 운전자가 구두로 보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실시간 운송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곳은 62곳(12.1%)뿐이었다. 화물차가 경로를 이탈하거나 과속을 해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며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외면한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관계자는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위험물질을 운반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거나 최단거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업체 10곳 중 3곳은 사고 예방이나 조치를 위한 매뉴얼조차 없었다. 이 같은 매뉴얼이 필요하지만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업체는 74곳(14.4%)으로 나타났다. 아예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업체도 76곳(14.8%)이나 됐다.
연구를 진행한 박민철 부연구위원은 “화물차 운전자들은 차량에 어떤 물질이 실려 있는지도 모른 채 운송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물질 취급에 대한 안전의식이 미비한 상태”라며 “위험물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업체 운전자들이 자주 이직을 하기 때문에 매번 안전교육을 시키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