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소기업 위장한 대기업들 부끄럽지도 않나
입력 2013-06-28 17:55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대기업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보면 경제민주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게만 보인다.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엊그제 밝힌 조사 내용은 충격적이다.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입찰에 대기업들이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우회 입찰하는 꼼수를 부리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13개 대기업의 위장 중소기업 36곳이 지난해 챙긴 납품 실적이 708억원에 이른다. 벼룩의 간을 빼먹은 셈이다.
위장 수법도 가지가지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 등을 보유해야 하지만 대기업의 공장과 시설을 임차하는 방법으로 피해갔다. 심지어 회사 임원 출신에게 자체 생산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설립하게 한 뒤 공장·토지·시설 등을 임대해주는 편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앞에서는 상생과 동반성장을 운운하면서 뒤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게 기가 찰 일이다. 이익이 남는 곳이면 어디든 진출하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이익 극대화인 것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상식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적발된 기업들에 대한 처벌은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퇴출에 그친다. 중기청이 9월부터 위장 중소기업 확인 과정에서 거짓 보고를 하는 등의 행위에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한다지만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다. 기업의 모럴 해저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관리감독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도가 시행된 2006년 이후 전면적인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수시로 더욱 치밀하게 조사해 위장 중소기업들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구태를 일삼는 기업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뼈아픈 결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