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영어 판치는 정부 공문서

입력 2013-06-28 17:53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는 ‘베이비 케어 키트’ ‘히든 챔피언’ ‘수출 인큐베이터’ ‘스트레스 테스트’ ‘리스크’ 등 외국어투성이다. 베이비 케어 키트는 육아용품 묶음, 히든 챔피언은 강소기업, 수출 인큐베이터는 수출 지원센터,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안정성 검사, 리스크는 위험요인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왜 굳이 영어식으로 표현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오죽하면 같은 정부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조차 공문을 보내 개선할 것을 권고할까. 국어기본법 14조에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을 채용할 때 국어과목을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가공무원 채용 시 엄격하게 국어능력을 평가하면서 정작 정부기관에서 이렇게 영어를 남발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문서에 이렇게 외국어를 남발하는 곳은 없다.

외국어 남발은 곧 자국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또한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을 통해 정부정책을 알려야 한다는 대전제에도 어긋난다.

이상협(부산광역시 민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