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

입력 2013-06-28 17:27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을지라도

나는 당신 곁에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입이 없어도

나는 당신에게 애원할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을 마음으로 더듬어 품을 수 있습니다.

내 심장을 멈추어 주십시오

나의 뇌가 맥박칠 것입니다.

만일 나의 뇌에 불이라도 사른다면

나는 나의 피로써 당신을 운반할 것입니다.

내 눈을 감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