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朴 중국어 발언에 시진핑 “옛친구 만난것 같다” 화답
입력 2013-06-27 23:05 수정 2013-06-28 00:29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사로잡았다. 오후 3시45분(현지시간)에 시작된 단독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의 처음 5분을 중국어로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최선을 다해 정상회담을 준비한 박 대통령에게 흡족함을 넘어 감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 8년 전(2005년) 서울의 63빌딩에 있는 백리향에서 만난 이후로 마치 오랜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45분으로 예정됐던 단독회담은 24분이나 길어졌다. 두 정상은 특히 북핵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공자(孔子) 말을 인용해 “처음엔 사람 말을 듣고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는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빗댔다고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달라. 인도적 차원에서 각별한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은 “한국의 관심을 잘 고려할 것”이라며 “반면 중국의 애로사항도 더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에 대한 2대 희망’을 언급하며 “하나가 비핵화이고 두 번째가 평화통일”이라고 덧붙였다.
확대정상회담도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시 주석은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의 한시 ‘범해(泛海)’에 나오는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이 구절은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로 통한다는 뜻”이라며 한·중 교류의 유구한 역사를 강조했다. 최치원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시안(西安·당시 장안)으로 유학해 고위 관료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시 주석은 “중국은 중·한 관계를 극도로 중요시한다. 저는 대통령님과 함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보다 더 각별하고 더 활력 있게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인문 유대를 양국 간에 깊이 있게 하는 것이 두 나라의 미래 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다양한 형태의 인적 교류가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먼저 마이크를 잡은 시 주석은 “존경하는 박 대통령님”이라며 예우를 갖춰 발언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중국어로 감사하다는 뜻의 “시에시에(謝謝)”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양 정상은 이례적으로 나란히 좌석에 앉아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회견장에는 태극기와 오성기가 3개씩 번갈아가며 배치됐다. 우리 대사관은 “통상 중국은 외국 정상 방문 시 양국 국기를 2개씩 세우는데 이번에는 3개씩 세워 그만큼 각별히 예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신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