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운 20년 밑그림 담은 한·중 공동성명
입력 2013-06-27 22:47
북핵불용 원칙 천명과 전방위적 협력 강화 평가할만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한 뒤 한·중 양국이 함께 지향해야 할 바를 담은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세부적인 액션플랜이 담긴 부속문서까지 포함된 공동성명은 박 대통령 언급대로 양국 수교 이후 지금까지의 21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20년을 내다보는 양국 공영의 새로운 청사진이다. 경제에 편중돼 있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정치 안보 문화 사회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해 내실을 다지는 것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인류의 복지 증진을 비롯한 국제적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는 것 등이 골자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받은 이슈는 북한 문제다.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각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상당 부분 의견을 접근시켜 한·미·중 3국 간 대북 공조의 틀을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앞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핵 불용 원칙을 천명했고,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 핵 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의 심리적 압박감은 클 듯하다. 여기에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협력 강화가 골간인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시 주석이 환영의 뜻을 밝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탈북자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한 건 다소 유감이다.
양자관계의 내실화는 크게 세 가지로 가닥이 잡혔다. 핵심 분야인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정치·군사 분야에서 협력의 깊이를 심화시키고, 인문 분야에서의 교류를 적극 추진한다는 게 그것이다.
두 정상은 경제 문제와 관련해 높은 수준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두 나라 간 FTA 협상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지난해 양국 교역은 2563억 달러, 인적 교류는 720만명에 달했다. 비약적인 발전이다. 그런 상황에서 FTA까지 체결된다면 양국 교역이 엄청나게 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정보통신과 에너지, 환경 등 미래지향적인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계속 개발키로 한 점도 경협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양국 정상의 빈번한 상호 방문 및 특사 파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제 신설 등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정치·군사 분야에서 협력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미국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정 부분 불식시키면서 양국관계의 질적 변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양국 정부와 정당, 의회, 학계 등의 소통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우리 서해에서의 불법 조업 등으로 이따금 양국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게 현실이다. 두 정상이 언급한 대로 인문교류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면 양국 사이의 정서적 균열을 어느 정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의 방중 슬로건은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번 만남을 통해 개인적 유대를 두텁게 하면서 동북아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자 천년고도인 시안을 방문하는 일정도 두 정상이 신뢰를 쌓아가는 데 일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