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영웅, 다시 한번”… 오바마 세네갈 등 3국 순방

입력 2013-06-27 19:10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아프리카 대륙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케냐의 인기 힙합 가수인 옥토피조는 26일(현지시간)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CSM)에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킨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5년이 흘러 오바마 대통령이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선 지금 현실은 사뭇 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주요 국가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세네갈 방문으로 시작되는 8일간의 일정에 대해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한참 늦었다’고 했고, CSM은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에 대한 열광이 크게 식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케냐인을 아버지로 둔 오바마 대통령이 기대와 달리 아프리카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반응이다. 특히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많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미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2003년 ‘에이즈 구제를 위한 대통령 긴급계획(PEPFAR)’을 발표, 500억 달러(약 57조89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의회로부터 승인받기도 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지난주 백악관 브리핑에서 “솔직히 지금까지 대통령이 가나에 잠깐 들른 것을 빼고 아프리카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데 대해 실망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처럼 아프리카를 순방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구애 작전을 펴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 국가 주석 방미 때 얼굴조차 내밀지 않은 부인 미셸 오바마와 두 딸을 데리고 가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