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톰 행크스?… 모스크바 공항 갇힌 상황 영화 ‘터미널’ 연상시켜
입력 2013-06-27 19:10 수정 2013-06-28 00:31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머물고 있는 전직 미 국가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처지가 톰 행크스 주연의 2004년 영화 ‘터미널’을 연상시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터미널’은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17년간 생활해야 했던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실존인물 나세리는 1977년 이란 팔레비 왕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추방,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망명 신청을 했다. 천신만고 끝에 86년 벨기에로 망명할 수 있게 됐지만 2년 뒤엔 영국으로 가던 중 신분증이 담겨 있는 가방을 분실했다. 이후 파리로 돌아온 나세리는 무국적자 신분으로 공항에서 생활해야 했다. 벨기에엔 자신의 뜻으로 떠난 난민에게 재입국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각종 면세점과 식당이 있고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머물기엔 편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터미널’ 속 주인공 빅토르는 의자에서 잠을 자고 화장실에서 몸을 씻으며 열악한 생활을 견딘다. 바깥 공기를 쐬지 못하는 답답함은 다음이다.
현재 ‘휘슬블로어’ 스노든이 머물고 있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도 장기 투숙했던 ‘선배’가 있었다. 이란에서 반정부 활동을 펼쳤던 자라 카말파는 2006년 박해를 피하기 위해 터키와 러시아, 독일을 거쳐 캐나다로 망명하려다 모스크바에서 발이 묶였다. 카말파는 두 자녀를 데리고 공항 내부의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힘든 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스노든은 이들과 달리 법적인 자유는 획득한 상태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스노든의 여권을 말소시킨 뒤 에콰도르 정부가 스노든에게 자국까지 여행할 수 있는 통과 서류를 발급해줬기 때문이다. 스노든은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한 바 있다.
한편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노든이 망명을 위해 외국 항공기에 타더라도 위해를 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29살 해커를 잡으려고 비행기를 납치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오바마의 말이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