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보호법 위헌’ 후폭풍… “하나님 섭리 위배” 반발 확산

입력 2013-06-27 19:09

결혼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결혼보호법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위헌 결정 이후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 상당수와 종교계 등이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팀 휼스캠프 연방하원의원은 “진보 대법관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유권자들과 그들이 뽑은 대표가 결정한 헌법적 결정을 뒤엎었다”며 “이번 결정이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같은 당 마이클 바흐만 의원은 “결혼은 신의 손으로 창조된 것이지 인간이나 법원이 만든 게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독교계 단체 ‘믿음과자유연합’의 랄프 리드 대표는 위헌 결정 난 결혼보호법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법을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 가톨릭계의 수장격인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오늘은 결혼과 우리 국가에 비극적인 날”이라며 “결혼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진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결정을 지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내는 곳은 연예계다. 레즈비언 가수 멜리사 에서리지는 “우리 헌법은 건강하다”며 “모든 남성과 여성을 비롯해 만물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냈다. 동성애자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지역은 축하 인파로 가득 찼다.

한편 이번 표결에서 대법관들은 개인의 평소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팽팽하게 나뉘는 모습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결국 결혼보호법의 운명은 한 표차로 판가름 났다.

진보 성향으로 이름난 소니아 소토마요르,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스티븐 브레이어, 엘레나 카간 대법관이 예상대로 위헌 쪽에 표를 던졌고,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안토닌 스칼리아,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것은 평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면서도 간간이 진보 쪽의 논리에 찬성표를 던져온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었다.

미국 대법관들은 중요한 결정일수록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는 전통을 지켜왔으나 최근 들어 한 표 차의 팽팽한 대결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미국 사회의 이념 대립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이다.

건강보험 의무가입 조항을 두고 논란이 된 건강보험개혁법안, 소수민족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투표권리법안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판결 등이 모두 5대 4로 결론 난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