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기록을 찾아서] (1) 메이저리그 투수 래드번

입력 2013-06-27 18:57 수정 2013-06-27 14:37


시즌최다 59승 강철投… 방어율 1.38

메이저리그에서 20승대 투수는 특A급 투수로 꼽힌다. 류현진이 오는 30일(한국시간) 상대하는 필라델피아의 선발 투수 클리프 리는 지난 2008년 시즌 최다승인 22승(3패)의 뛰어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한 시즌에 무려 59승을 기록한 철인 투수가 있다. ‘늙은 말(old hoss)’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찰스 가드너 래드번(1854∼1897)이 그 주인공.

래드번은 1884년 75경기에 출장해 무려 73번을 완투하며 59승12패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평소 외야수로 나가 있다가 몸이 풀리면 “늙은 말이 뛸 준비가 다 됐다”고 큰 소리 치며 자원등판을 해 ‘올드 호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1880년 버팔로팀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 25승11패를 기록한 데 이어 1882년 33승19패를 기록하며 투수로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883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5번째 노히트 경기를 만들어내며 48승25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강철 체력의 소유자인 그는 이듬해엔 59승12패, 방어율 1.38, 441탈삼진으로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다. 특히 7월 23일부터 9월 24일까지 두 달 동안 18연승을 달렸다. 1884년 그가 던진 투구 이닝은 679.7이닝으로 역대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투구 이닝 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이런 페이스로 등판했던 그의 팔에 무리가 올 수 밖에 없었고, 1884년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885년 28승21패에 그친 것을 시작으로 20승대에 머물다 1891년 11승13패로 통산 309승(194패)을 기록한 뒤 은퇴했다. 통산 한 시즌 20승대 9차례, 30승대 3차례, 40승대 2차례, 50승대 1차례를 기록한 그는 1939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만장일치로 헌액됐다.

래드번이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투수들의 분업화나 로테이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팀당 경기수도 100경기를 넘지 않았던 데다 그를 포함해 투수가 3명뿐이었던 소속팀(Province Grays)에서 그가 매일 등판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래드번 외에 19세기 투수들 가운데 대기록을 작성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6년 연속 30승 이상(40승대는 2차례)을 기록하며 통산 342승을 달성한 팀 키프나 한 시즌 53승을 포함해 6차례 30승 이상을 기록하며 통산 328승을 달성한 존 클락슨이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은 사이 영의 511승이다.

메이저리그는 반발력이 낮은 공에서 점점 반발력이 높은 공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데드볼 시대와 라이브볼 시대로 구분한다. 대략 1920년을 분기점으로 나뉘는데, 3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의 90% 이상이 데드볼 시대에 몰려 있다. 홈런이 많이 나오게 된 라이브볼 시대의 최다승 기록을 보면 1920년 짐 백비의 31승, 1934년 디지 딘의 30승 그리고 1968년 데니 맥레인의 31승이 있다.

보스턴을 거쳐 1891년 신시내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래드번은 당구장을 경영하던 중 1894년 엽총 오발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그리고 3년간 병고에 시달리다가 1897년 세상을 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