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존엄 우롱”… 조평통, 사흘 만에 긴급성명

입력 2013-06-27 18:16 수정 2013-06-27 23:08

북한이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27일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괴뢰보수패당이 우리의 승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뇌 상봉 담화록(대화록)을 공개했다”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괴뢰보수패당의 이번 망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입장 발표는 지난 24일 대화록이 공개된 이후 사흘 만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번 담화록 공개가 청와대의 현 당국자의 직접적인 승인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정보원 대선 개입사건’은 물론 이번 담화록 공개사건도 다름 아닌 현 정권과 직접 관련되는 것이라고 볼 때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 종북을 문제시하려 든다면 역대 괴뢰당국자치고 지금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그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2년 정당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 적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또 “괴뢰보수패당이 말끝마다 신뢰요 뭐요 하지만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수뇌분들의 담화록까지 서슴없이 당리당략의 정치적 제물로 삼는 무례무도한 자들이 그 무슨 신뢰를 논할 체면이 있는가”라며 “도대체 (남측이 말하는) 수뇌상봉, 정상외교의 진정성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미국조차 불법성을 인정한 ‘유령선’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는 10·4선언에 그의 평화적 해결 방도가 합리적으로 밝혀져 있으며 그것이 성실히 이행됐더라면 오늘날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대화록 공개 배후로 ‘청와대’ ‘현 정권’을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날에 맞춰 긴급성명을 발표한 것도 한·중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 주장에 정면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한이 조평통 성명을 통해 구태의연한 위협적 언사를 하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