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주차 서비스 발레파킹 업자들은 땅 한 평 없이 주차 영업을 한다. 거리에 천막 하나 쳐놓고 남의 땅, 나라 땅을 ‘전용주차장’ 삼아 돈 버는 행태가 대동강 물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을 닮았다.
서울 강남에 몰려 있는 이들은 술집·음식점과 계약을 맺고 업소에선 관리비를, 손님에겐 주차대행료를 챙긴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청담동·압구정동·신사동 일대에만 발레파킹업체 600여개가 영업 중이며, 업체마다 많게는 연간 수억원대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발레파킹은 음식점이 직접 대리주차원을 고용하는 경우와 발레파킹업체와 계약을 맺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주차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당수 업소가 발레파킹업체와 거래한다. 이런 업체는 인접한 여러 음식점과 동시에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업소마다 관리비 명목으로 월 25만∼200만원을 받고, 손님들에게는 2000∼5000원씩 주차대행료를 받는다. 유흥주점과 계약할 경우 대리운전까지 겸해 건당 3만∼12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이들이 대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한다는 점이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인도, 차도, 이면도로 등 공유지를 무단 점용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일대 발레파킹업체들은 주차장 확보를 위해 평소 주변 아파트나 빌라의 잡일까지 봐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의 몇몇 업체는 주민센터 등 관공서와 마사회 주차장까지 이용하고 있다.
규모가 큰 업체들은 기업형으로 운영된다. 보통 1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해 수십개 업소를 관리하며 월 2000만∼3000만원 수입을 챙긴다고 경찰은 전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최근 ‘세로수길’까지 각종 음식점이 들어오면서 발레파킹업체도 늘고 있다. 하지만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기업형 업체 4곳이 건물주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며 구역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발레파킹 주차장으로 확보하기 위해 건물주들에게 300만∼400만원씩 웃돈까지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발레파킹업체들이 보험사기에도 손을 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처리가 가능한 보험에 가입해놓고 주차장 밖 사고까지 허위로 꾸며 보험금을 타낸다는 것이다. 또 차량을 훔쳐 달아나거나 차량 내 귀중품 절도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식당이나 업소들은 발레파킹업체들의 불법에 눈을 감는다. 관리비만 주면 골치 아픈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손님들이 모두 차를 타고 오기 때문에 발레파킹은 필수”라며 “불법주차 문제는 그들 책임”이라고 말했다.
법인 등록을 하고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발레파킹업체도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신사동에서 직원 4명과 함께 일하는데 기존의 무등록 개인 업체들과 갈등이 많다”며 “발레파킹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젠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남의 땅·도로 점령…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불법 발레파킹
입력 2013-06-2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