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 여주인공 유진 “그동안 남편 못챙겨… 이젠 내조에 집중할 거예요”

입력 2013-06-27 17:52 수정 2013-06-27 17:54


출생의 비밀, 혹독한 시집살이, 불륜, 악독한 인물들….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은 자극적인 소재와 황당한 설정으로 방영 내내 ‘막장’이란 비난을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흡입력 강한 스토리는 이 작품을 ‘대박 드라마’로 만들었다. 올해 1월 5일 첫 회를 내보낸 드라마는 지난 23일 종영할 때까지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들어 시청률 20%를 넘기는 드라마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거둔 독보적인 성적이다.

인기를 견인한 배우를 거론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유진(본명 김유진·32)이다. 그는 이혼과 모진 시집살이를 견뎌내는 여주인공 민채원 역을 열연했다. 2010년 방영돼 시청률 50%를 넘긴 전작 ‘제빵왕 김탁구’(KBS2)에 이어 이 작품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게 된 셈이다.

27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유진을 만났다. 유진은 드라마 종영 소감을 물으니 미소부터 지었다. “굉장히 정(情)이 많이 들었던 드라마예요. 그래서 작품이 끝났다 생각하니 섭섭하기도 해요. 하지만 워낙 오래 촬영한 드라마(총 50부작)여서 사실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유진은 작품이 ‘막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시청자들로부터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던 건 ‘독한’ 시어머니 캐릭터 때문에 그랬던 거 같아요. 출생의 비밀을 비롯한 나머지 요소들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흔히 쓰이는 소재잖아요?”

‘백년의 유산’은 삼대(代)째 내려오는 한 국수공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가족극이었다. 유진은 2002년 드라마 ‘러빙 유’(KBS2)를 시작으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가족극에 캐스팅된 건 처음이었다. 미니시리즈가 아닌, 50부작 드라마라는 점도 그에겐 부담이었다.

“제가 가족극, 그리고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을 처음 해봤잖아요? 그러다보니 드라마 전개가 좀 느슨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니까요. 그래서 채원이의 감정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해야 했어요. 틈날 때마다 대본을 다시 보곤 했죠.”

드라마의 인기를 예상했는지 묻는 질문엔 “전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유진은 “나는 히트를 예상하는 능력은 없다”고 웃은 뒤 “하지만 출연진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은 했다”고 답했다.

2011년 7월, 유진은 배우 기태영(35)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기태영은 ‘백년의 유산’ 후속작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 출연한다. 남편이 아내의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결혼을 했다는 점이 확실히 연기에 도움이 되는 거 같긴 해요. 연기라는 건 연륜에서 묻어나는 거잖아요? 극중 채원이가 이혼했을 때 느낀 감정도 제가 결혼을 했으니 더 실감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제 한동안은 남편 내조에 집중하려고요. 그동안 못 챙겨줬으니까(웃음).”

그러면서 유진은 배우로서의 계획을 밝혔다. 차기작이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작품 속 캐릭터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거였다. “채원이는 성격이 무난한 인물이었잖아요? 그런 만큼 다음엔 특색 있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그래야 연기하는 재미도 더 클 거 같아요.”

1997년 걸그룹 S.E.S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한 유진은 대표적인 ‘1세대 아이돌’ 중 한 명이다. 당시의 많은 아이돌이 유진처럼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유진만큼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별로 없다. 그런데 혹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걸까. 유진은 “여전히 무대가 그립다”고 답했다.

“예전엔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굉장히 즐겼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당장은 다시 무대에 설 계획이 없어요. 대신 과거와는 다른 장르의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