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스릴… 소설 화제작들이 쏟아진다

입력 2013-06-27 17:41


국내외 기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올여름 소설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여름 출판 시장은 가히 ‘종합선물세트’라 부를만하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신간 ‘인페르노’(문학수첩). 지난 5월 전 세계 동시 출간 때부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최고의 화제작이다. 전작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불러냈던 작가는 이번엔 중세 이탈리아의 천재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를 택했다. 제목 ‘인페르노’는 단테가 남긴 불후의 명작 ‘신곡’에 나오는 지하 세계를 뜻한다.

암살 위기에서 벗어난 로버트 랭던 교수가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를 들고 거대한 음모를 풀어나간다. 단테가 ‘신곡’의 지옥편에서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돼 있다”고 일갈한 것처럼 작가는 현재 일어나는 도덕적 위기 앞에서 ‘중립’을 지키며 무관심한 이들에게 “정말 그래도 되냐”는 질문을 던진다. 역사와 문학, 고전 작품을 배경으로 ‘팩션’을 완성해 나가는 글 솜씨는 여전하고, 작품의 재미는 한층 더 쫄깃해졌다.

국내에선 ‘완득이’로 유명한 작가 김려령이 ‘너를 봤어’(창비)를 들고 돌아왔다.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써 오던 작가가 처음 내 놓은 ‘19금’ 일반 소설이다.

가정 폭력의 상처를 안고 있는 중견 작가 정수현이 주인공. 술 취한 아버지의 익사, 형의 죽음, 아내의 자살과 결코 무관치 않은 그가 후배 작가 서영재와 위태로운 사랑을 나눈다. 섹스와 폭력에 대한 묘사 수위가 제법 높다. 작가는 “인생 좀 살아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아픔 있고 그래서 더 뜨거운 사랑 이야기”라고 했다.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작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로라하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7월 1일 출간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의 국내 예약 판매가 쏟아지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교보문고 등 온라인 서점 판매 상위권에 진입했다.

하루키에 비하면 인기는 덜하지만 다른 스타일로 자신만의 팬덤을 보유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신작 ‘최후의 가족’(이상북스)도 눈길을 끈다. 사회 이슈를 통해 일본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문제의식을 던지는 류의 작품은 하루키와는 다른 차원의 읽어볼 동기를 제공한다. 소재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아들을 둔 4인 가족의 이야기로, 가족 제도 위기와 거기에서 말미암은 상처 치유 과정을 그린다.

미스터리 독자들에겐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북로드)의 출간 소식이 반가울 듯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직관력이 뛰어난 여형사 피아의 수사 과정을 그린 ‘타우누스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강가에 떠오른 소녀의 시체 등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세 개의 사건이 어떻게 맞물려져있는지 풀어나간다. 600쪽의 방대한 분량, 아동학대라는 소재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작가 스스로 “지금까지 썼던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국내 작가들의 대대적인 귀환도 예고돼 있다. 조정래가 지난 3월부터 네이버에 연재하며 조회 수 100만건 이상을 기록한 ‘정글만리’(해냄)가 7월 초 출간된다. 중국에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5개국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을 그렸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은 스토리에 대한 함구령이 떨어진 가운데 출간 채비를 하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