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이 없어요”…농촌지역 문화바우처 실효성 논란
입력 2013-06-27 17:26
[쿠키 사회] 정부가 소외계층에게 문화생활 기회를 제공키 위해 문화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농촌지역에는 문화시설이나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강원도의 문화바우처 주관기관인 강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바우처 카드사업 전체 예산 14억6500만원 중 10억9900만원이 사용됐다. 1인당 5만원씩의 바우처 예산이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7320명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반납한 셈이다. 올해는 전체예산 12억8900만원 중 이날 현재까지 4억8000만원이 집행됐다.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소외계층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도입됐다. 대상자에게는 1인당 5만원씩의 바우처 카드가 발급되며 이를 서적·음반 구입, 문화공연 관람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문화바우처 홈페이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공연·문화시설은 물론 서적·음반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인터넷으로도 카드 이용이 가능하지만 농촌지역 노인들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강원도 18개 시·군의 가맹점은 모두 143곳으로 이 중 81곳이 춘천과 원주, 강릉에 몰려 있다. 농촌지역인 양구와 횡성 등 4개 시·군은 가맹점이 1~2곳에 불과하며 평창, 고성 등 7개 시·군의 가맹점은 3~5곳에 그치고 있다.
양구군 관계자는 “카드를 발급받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바우처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용할 곳이 부족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나마 학생들은 인근 도시로 나가 영화관 등지에서 카드를 사용하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카드를 발급받아도 문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바우처 카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공연을 유치하는 등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춘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