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식 안 보이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입력 2013-06-27 18:38

전경련이 600대 기업 중 4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7%가 지금의 경제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하거나 훨씬 심각하다고 답했다. 경기회복 시기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라는데 정책당국은 영 딴판이다.

정부는 어제 ‘201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연 2.3%에서 2.7%로 상향조정했다. 17조원의 추경과 금리인하, 부동산대책 등 정책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흐름을 끊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과 고도성장을 멈춘 중국발 리스크, 일본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 등 사면이 지뢰밭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수출 주력국들이 기침을 하면 독감에 걸릴 정도로 충격파가 크다. 6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가 예상된다거나 상반기 전체 수출 증가율이 0%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경제가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반짝 살아나는 듯했던 부동산시장은 다음달 취득세 감면 종료와 국회에서 리모델링 수직증축 법안 등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거래절벽 상태를 맞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는 4분기 연속 감소세이고, 민간소비 감소폭은 4년 만에 최악이다. 정책당국이 현 상황을 비관만 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 또한 잘못된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비상한 각오가 아니면 지금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가 버겁다. 그런데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장밋빛 전망만 하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면 민간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곧 내놓을 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이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는 특단의 유인책들이 담겨야 한다. 기업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만으로 저성장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