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근절대책 겉도는 이유 있었다

입력 2013-06-27 18:35

지난 3월 경북 경산에서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은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100% 못 잡아내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원망했던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실시 중인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어린 학생이 왜 어른들의 안일함을 야속해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종합대책은 2011년 대구에서 폭력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이 자살한 뒤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10개 부처·기관이 참여해 만들었고 지난해에만 3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후 전체적으로는 학생들의 피해 경험률은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작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개별 학생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피해 학생을 찾아내 돌보고 지원하는 대신 보여주기 식의 요란한 행정만 앞세운 탓이다. 실제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에 학생 대신 교사들이 참여하는 등 대책 시행의 출발점이 되는 기초자료 작성이 엉터리로 이뤄졌다. 어떤 학교에서는 ‘일진’들의 폭력에 시달린다는 학생들의 토로가 있었는데도 일진경보학교 지정에서 제외돼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폭력 징후를 보인 학생에 대한 심층평가, 상담, 보호 등의 후속조치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생략됐다.

이런 식으로 대책이 겉돌았으니 잊을 만하면 어린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감사결과를 토대로 실적위주에서 벗어나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담임을 비롯한 교사들이 학생들과 더 밀착해 소통하고, 진솔하게 각종 어려움을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학교폭력을 막는 데 효과가 큰 ‘Wee센터’(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서비스)와 ‘Wee 클래스’ 설치 및 운영을 확대하고, 백지화된 전문상담교사 증원계획을 되살려야 한다. 차제에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며 원칙 없이 벌여놓은 수십 가지 사업의 실효성을 재평가하고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