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굴업도
입력 2013-06-27 18:46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군도에 속한 굴업도는 8000만∼9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생겨난 응회암 섬이다. 화산 폭발 후 그 재가 날아와 쌓여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파도와 소금기가 섬의 지형과 미(微)기후와 어울려 빚어낸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끈다. 문화재청은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평가했다. 해식와(海蝕窪), 해식굴(窟), 해안단구, 시스택 등 침식과 풍화로 생길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지형을 섬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실물 지질학 교과서, 또는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굴업도는 면적이 1.7㎢에 불과하지만 해안선의 길이가 12㎞에 이르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섬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5종이나 살고 있다. 먹구렁이, 매(이상 1급), 검은머리물떼새, 애기뿔소똥구리, 왕은점표범나비(이상 2급) 등이다. 천연기념물인 황새, 황구렁이, 그리고 황조롱이, 검독수리, 말똥가리 등의 맹금류도 서식한다.
굴업도의 생물종이 다양한 것은 유기물과 무기물, 빛, 온도, 물, 공기 등과 같은 비생물적 환경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수, 내륙습지, 모래, 초지, 사구와 바위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개활지 덕분에 매가, 모래사장 덕에 검은머리물떼새가 깃들이는 것이다. 게다가 50여년 동안 인간의 간섭이 없었다. 굴업도는 1923년 이전에는 민어파시가 열리던 번창하던 섬으로 어선 수백척이 해안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그러나 남획으로 인해 1970년대 들어 민어 씨가 말라 버렸고, 큰 태풍이 섬을 휩쓸고 지나간 뒤 인구는 급격히 줄어 현재 10여 가구만이 살고 있다.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26일 탈세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그 가족이 굴업도 땅 전체의 98%이상을 야금야금 사들였을 때 비자금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석회의는 “CJ그룹이 굴업도 부지를 비밀리에 매입하는 과정에 190억원의 비자금이 투입됐다는 증언이 있다”며 “검찰이 이 부분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측은 골프장 등이 포함된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인천시와 환경단체들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섬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굴업도가 개인 재산이긴 하지만, 불법적 비자금으로 사들인 땅이라면 이 회장에게 추징금 규모를 줄여주는 대신 소유권을 포기하게 하는 방식으로라도 섬을 보전하면 좋겠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