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이 또 다시 무산됐다. 지난 20여년간 계속된 논란은 잠재워졌으나, 골 깊어진 지역주민 간 갈등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실시된 전주시와의 통합을 묻는 완주군 주민투표에서 투표자의 55%(2만343표)가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44%(1만6412표)였다. 어렵지 않게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두 자치단체의 집행부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
투표율도 53.2%로 나타나 군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20여년에 걸친 논쟁을 이제 어떤 식으로든 끝내자”는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지자체는 1998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통합을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일방적 관(官) 주도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었다. 통합에 대한 순수성보다 단체장들의 ‘정치적 야망’에 따라 추진돼 주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합 문제는 당초 송하진 전주시장이 깃발을 들고 나오자 임정엽 완주군수가 가세했고, 김완주 전북지사가 동조했다. 송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에 출마하고, 임 군수는 ‘통합전주시장’에 나서기 위해 서로 ‘야합’했다는 비난이 팽배했었다.
결국 통합 무산으로 두 단체장의 행정 장악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정치적 행보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김 지사도 ‘LH 본사 유치’ 실패,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좌절에 이어 다시 실패를 안게 됐다.
찬반을 둘러싼 완주군민들 간 갈등과 반목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서너 달 새 양측은 치열한 공방과 마찰을 빚어 왔다. 개표 결과를 놓고 작은 지역들 간 눈치보기는 물론 찬성 단체들 간에도 책임 추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합을 전제로 추진해 온 21개 상생 발전·협력사업도 ‘올 스톱’ 위기에 놓였다. 두 지자체는 통합을 전제로 시내버스 요금을 단일화하고 농업발전기금 1000억원 조성 등을 추진해 왔다.
송 시장은 27일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 심정이며 시민들께 송구스럽다”며 “역동적인 전북발전을 위해 통합 추진에 헌신했으나 완주군민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데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임 군수도 “통합을 반대한 주민의 뜻을 섬기겠다”면서 “통합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나가자”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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