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 괜찮습니다!
입력 2013-06-27 17:33
히브리서 11장 39~40절
히브리서 11장은 위대한 믿음의 영웅들의 생애를 기록한 믿음 장입니다. 그런데 이 장엄한 대서사시의 결론 부분에서 “이 사람들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증거를 받았으나 약속된 것을 받지 못하였다”(히 11:39)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셨던 수많은 물질 축복, 명예 권세, 자녀의 축복. 믿음의 영웅들이라면 당연히 그 대가를 받아야 할 텐데 뜻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남들의 시선이 불편해서라도 그 고민의 시간이 길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지켜준 것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받은 증거’, 즉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 하나님과 이 땅을 살아가는 나의 오랜 관계 속에서 영으로 굳건히 연결된 교감이요, 전적인 신뢰였습니다. 하나님의 속마음과 그 안타까움을 이해하는 내면적 사랑의 확신이었습니다. 그들은 역설적이지만 하나님을, 하나님의 입장을 ‘이해’했습니다. ‘공의’와 ‘사랑’의 모순적 은혜를 가지고 계시는 ‘하나님의 현실’을 이해해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현실’, 이것을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거대담론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세상 구원의 큰 틀, 큰 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믿음의 영웅들은 약속된 것을 못 받아도 괜찮았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대가를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보상을 바라고 믿음을 지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이 땅의 축복목록에 혹 해서 따라간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루는 일꾼으로 사용되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고 감사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사랑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 나는 희생돼도 괜찮았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큰 구원계획 속에서 제각기 맡은 역할을 감당합니다. 섬김의 길에서 어려움을 당하고, 기대했던 하나님의 기적적 구원이 나타나지 않아 답답하고 외로워도 그 역할을 감당할 뿐입니다. 우리를 다 알고 이해하시고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그 따뜻한 눈빛 때문에 우리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시선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히브리서 11장 40절은 오늘 우리가 그 믿음의 영웅들이 남긴 사명을 현재적으로 이어감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이루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아니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이 구절에서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성경의 위대한 인물들과 ‘현재형’으로 연결됩니다. 그 위대한 믿음의 영웅들은 우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과 ‘지금’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신비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계획 속에서 ‘우리’는 믿음의 선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 뛰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서운하게도 그들이 ‘온전함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서운할 것 없습니다. 그들뿐 아니라 우리도 평생 온전함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오직 ‘내 모습 이대로’ 전진하는 것뿐입니다. 내 한계를 알되 실망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함이 기쁨일 뿐입니다. 다만 우리 아버지께서 지치지 않고 계속 뛸 만한 힘은 주실 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위탁받아 거룩한 믿음의 순례자로 살아가는 세월, 서운한 마음도 이기게 하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정말 필요하실 때는 기적과 사랑으로 우리를 크게 웃게 하실 줄도 믿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묵상하며 절대 신뢰로 내면의 기쁨과 힘과 웃음을 지켜가기 원합니다. 하나님.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힘을 내어 뛰어가겠습니다.
이준원 목사(서울 초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