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키드’, 영화 속 오역 잡아내다

입력 2013-06-27 17:38


안정효의 오역 사전/안정효(열린책들·2만8000원)

국내 최초로 기획된 오역 사전. 10년 동안 3000여편의 영화 자료를 모아 2000여개의 오역 사례를 수록했다.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저자의 40년 가까운 경험이 집약돼 있다. 소설 ‘하얀 전쟁’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는 ‘할리우드 키드’로 유명한 영화광이기도 하다. 책에는 그가 오랜 시간 갈고 닦아 온 문장론, 번역 노하우, 영화지식이 집대성돼 있다.

저자는 “오역은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기보다는 그 단어가 가지는 미세하고 깊은 감각을 간과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지적한다. 에누리와 덤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흐릿한 계산법은 번역에 상당한 폐해로 작용한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사전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영화 ‘뮤직 박스’에서 변호사가 “They found coke on one of them?”이라고 물었을 때 “콜라를 발견해서 어떻게 됐죠?”라고 번역하지 않는다. 의뢰인이 콜라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왜 체포까지 하는지 이상했다면 사전을 뒤져봤어야 했다. 그랬다면 coke의 속어가 cocaine(코카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코카인을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됐다는 말인가요?”로 번역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