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대신 공존 일깨우는 ‘최고의 자연 사랑 그림책’
입력 2013-06-27 17:39
이 사슴은 내 거야!/글·그림 올리버 제퍼스/주니어김영사
갑자기 나타난 야생 사슴 한 마리. 지오는 자기 것이라 생각하고 ‘멋진뿔’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착한 애완동물이 되는 규칙도 만든다. ‘지오가 음악을 듣는 동안 시끄럽게 하지 않기’ ‘원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기’ 등.
그러던 어느 날 낯선 할머니가 ‘멋진뿔’을 ‘브라우니’라 부르면서 자기 것이라 하는 게 아닌가. 막상 ‘멋진뿔’이 자기 것임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데 화가 난 지오는 숲을 달린다. 그런데 평소 길을 잃지 않으려고 풀었던 끈에 오히려 꽁꽁 묶인 채 깊은 밤, 혼자 숲에 남겨진다. 그때 지오 앞에 ‘멋진뿔’이 나타나 구해주고, 비로소 지오는 자기가 ‘멋진뿔’의 주인이 아님을 깨닫는데….
야생 사슴과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은 결코 자연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자연을 보호합시다’ ‘야생동물을 사랑합시다’와 같은 구호를 들먹이지 않아도 아이들이 그 의미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숲과 들판 호수를 그린 유화에 콜라주를 더한 그림은 아름답고, 재치만점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구출 장면’에 등장한 ‘사과’의 의미도 절대 놓치지 말 것.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자연 사랑 그림책”이라는 이화여대 에코학부 최재천 교수의 격찬이 결코 과하지 않다. 2013년 아일랜드 ‘최고의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고 2012년 아마존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됐다. 저자 올리버 제퍼스는 북아일랜드 태생의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국내엔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로 널리 알려졌고, 지난해 ‘나무 도둑’ ‘다 붙어 버렸어!’ 등도 소개됐다. 박선하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