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기내 승객들의 한숨 섞인 짜증이 새어 나왔다. 졸라맸던 안전띠는 풀었고 여기저기서 맥주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애써 당혹스러움을 감췄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 지난 때였다.
지난 26일 오후 5시 10분(현지시각) 베이징수도국제공항을 출발해 오후 8시 10분(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편명 OZ336 아시아나 비행기는 오후 9시 35분 인천에 도착했다. 베이징과 인천의 비행기 운항 시간은 1시간 2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1시간의 시차와 실제 운항 시간 1시간 20분, 그리고 40분으로 배정해 놓은 여유 시간을 더하더라도 1시간 25분이나 지연된 것이다. 승객들은 2시간 동안 기내에서 기다렸고, 실제 운항 시간보다 이륙 대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베이징수도국제공항에서 오후 4시 55분 탑승 수속을 시작한 비행기는 오후 5시 10분을 조금 지나 모든 수속을 완료했다. 130명의 승객은 안전띠를 맨 채 이륙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륙 예정 시간이 10여분 지났는데도 비행기는 꿈쩍하지 않았다. 기장은 “이륙라인에 여러 비행기가 대기 중이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의 넓은 아량을 부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객들은 으레 조금 더 지연되는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으레 조금’이 아니었다. 비행기는 자동차보다도 느린 속도로 슬금슬금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승객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1시간 20분이면 인천에 도착할 거리인데 1시간 넘게 자리에 앉은 채 대기했기 때문이다. 그때 기장의 안내 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이륙 8번째 순서를 받았으니 넓은 아량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고맙겠다.” 승객들의 ‘아 씨’로 시작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졌다.
30대 초반의 여성 승객 A씨는 “1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2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어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면서 “인천에 지연 도착하면 밤늦은 시간이라 집까지의 교통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남성 승객 B씨는 “2시간 가까이 비행기 안에서만 기다린 것은 처음”이라며 “이렇게 지연될 것이면 차라리 공항 안에서 기다리게 해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배려가 아쉽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불만에 대해 승무원들 역시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승무원 C씨는 “승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먼저”라면서 “사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항상 지연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1분 1초의 차이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 교통에서 지연 운항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유를 묻자 C씨는 “중국 공항 관제소가 이륙 라인에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보다 자국기를 먼저 이륙시킨다”며 “늦게 (이륙 라인에) 들어온 중국 비행기가 먼저 이륙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승무원 D씨는 “한 번은 중국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가 5시간 넘게 지연된 적도 있었다”면서 “관제소에 항의하면 오히려 이륙 순서를 뒤로 늦춰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희도 집에 가서 빨리 쉬고 싶고 승객들에게 매번 미안하다”고 한숨지었다. 승무원의 입에서 ‘집에 가고 싶다’는 토로가 나올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였다.
중국 공항의 자국 이기주의 행태로 승객들은 2시간이나 ‘닭장’ 같은 기내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130명의 승객과 승무원 9명 포함 139명의 2시간, 모두 합쳐 278시간이 날지 못하고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그 다음 비행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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