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결혼=이성간 결합’ 규정 위헌 판결 파문

입력 2013-06-27 01:27

미국 연방 대법원은 26일(현지시간)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동성결혼 커플에 대해 이성 결혼 부부와 달리 세금, 보건, 주택 관련 혜택을 주지 않은 연방법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법원은 “이성 결혼 부부에 주는 연방 정부의 혜택을 동성결혼 커플에 제공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또 이날 동성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법률 조항과 관련,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했다.

동성 간 결혼을 점점 인정하는 미국인들의 의식 변화가 반영됐다는 평가지만 보수성이 강한 남부 주와 종교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DOMA 관련 결정에는 앤서니 케네디 등 진보성향 대법관 5명이 찬성하고 보수성향 4명은 반대 의견을 밝혀 대법원의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의견문에서 “이 법 아래서 동성 결혼 커플들은 정부의 법령이라는 가시적이고 공식적인 수단에 따라 힘든 삶을 영위해야 했다”면서 “이 법은 국가가 허용한 결혼과 그렇지 않은 결혼을 차별하고 불평등하게 대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표명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대법원은 이 건을 심리하지 말았어야 했었다”면서 “우리(법원)는 의회가 민주적으로 채택한 이 법을 무효화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12개 주와 수도인 컬럼비아특별구(워싱턴DC)에서 동성 간 결혼이 허용돼 있다. DOMA는 1996년 초당파적 합의로 의회를 통과했으며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서명했었다.

이에 앞서 미 대법원은 25일 과거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주 등에서 흑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투표권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앨라배마주 셸비 카운티의 당국자들이 제기한 투표권법 위헌 소송에서 선거법을 개정할 때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 정부의 선정 기준을 정한 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선거법 개정시 연방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를 정한 제5조에 대해서는 합헌 판결을 내렸으나 이와 직접 연관된 제4조를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5조도 효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앨라배마를 비롯해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애리조나, 알래스카, 버지니아 등 주로 남부 지역 주들이다.

대법원은 현행법 조항이 무려 약 50년 전의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의회가 현실에 맞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위헌 결정 이유로 들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일부 주 정부가 소수인종을 차별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할 여지가 커졌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