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가의 서’에서 맹활약 이승기·배수지 인터뷰
입력 2013-06-27 07:01
이승기 “보이지 않는 책임감 느끼며 인내 배웠어요”
배수지 “강치 만나 사랑에 눈뜨며 더 여성스러워져”
MBC 월화극 ‘구가의 서’가 25일 자체 최고 시청률 19.5%(닐슨코리아 기준)를 찍고 막을 내렸다. 반인반수(半人半獸) 주인공 최강치(이승기)와 그를 돕는 소녀 검객 담여울(배수지)을 주인공으로 한 퓨전 판타지 사극으로 줄곧 시청률 1위를 달렸다.
초반엔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 ‘신사의 품격’을 만든 신우철 감독의 재결합이라 기대가 컸다. 반면 처음 사극에 도전한 이승기(26)와 배수지(19)에겐 불안한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역전됐다. 여울이 강치를 위해 숨을 거두고 422년 뒤 성공한 기업가와 여자 경찰로 만나는 갑작스러운 결말과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오히려 이를 메운 건 진심어린 두 배우의 연기였다.
홀가분해 보이는 이승기와 배수지를 25일 마지막 방송 직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새벽 4시 촬영을 마치고 길어진 머리를 한 뼘이나 잘랐다는 이승기는 “모든 걸 쏟아부었던 작품”이라며 입을 뗐다. 시청률이 20%대를 못 넘은 건 아쉽지만 체감 인기는 컸다. 이승기는 “초등학생들한테 강치 팔찌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대요. 한 번 ‘변신해 봐요’ 할 정도로 열광적이에요.”
이승기는 쾌활하고 자유분방하지만 사랑할 줄도, 분노할 줄도 아는 강치의 모습을 ‘과하지 않게’ 소화했다. “최강치 중심이라 분량도 어마어마하고 스케줄도 힘들었지만 그래서 온전히 내 현장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주인공이 괜히 주인공이 아니구나,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책임감과 의무를 느끼면서 인내를 배웠죠.”
이젠 착한 모범생 꼬리표를 떼고 카리스마 넘치고 남성미 물씬 풍기는 역할을 해보고 싶지 않을까. “그런 생각하던 순간, 유동근 선배님이 ‘네 매력은 누구나 친근하게 느끼고 호감을 갖는다는 거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얘기니 쓸데없는 카리스마를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하셨어요. 저도 강렬한 눈빛 연기도 보여주고, 폼 잡는 역할도 해보고 싶지만 그건 저보다 잘할 수 있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똑똑한 배우는 눈에 힘주고 거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남자를 보여줄 수 있음을 아는 듯했다. “봉준호 최동훈 등 최고의 감독님들과 영화 작업하고 싶어요. 이승기 원톱 주연 이런 것보다 날카롭게 봐 주는 감독의 시선이 있는 현장이 날 더 짜릿하게 만들어요.”
이승기가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면 배수지는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따라다니는 연기력 논란을 잠재웠다. 배수지가 맡은 담여울은 순수하지만 당찬 소년 같은 이미지에서 출발해 강치를 만나 사랑에 눈 뜨고, 결국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역할. 그는 “털털하고 솔직한 여울이가 저랑 비슷해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강치를 만나면서 사랑에 눈을 뜨면서 저도 더 여성스러워진 것 같아요.(하하)” 촬영 중 액션 연기 등으로 볼살이 쏙 빠지면서 배수지는 한결 여성스러운 모습이었다.
“슬픔, 서러움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는데 좀 더 쏟아내지 못한 건 아쉬워요. 캐릭터에 몰입해서 상대 캐릭터를 사랑한 건 처음이에요. 사람들이 ‘수지다’ 대신 ‘여울이다’ 불러주며 캐릭터로 기억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수지 대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지금 절정이다. “너무 많이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이건 영원하지 않다, 잠깐 부는 바람 같은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요. 이 순간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겨야죠.”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