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사에 초대권 요구 못한다

입력 2013-06-26 19:48

#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박현정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초대권 제도를 바꿔 유료관람객 비율을 2006년 54%에서 2010년 84%, 지난해 92%까지 끌어올렸다. 공짜표 인식을 전환하는 데 저항도 있었다.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밝혔다.

#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지만 공연기획사는 공연장을 운영하는 회사에 150장의 공짜표를 줬다. 금액으로 1100만원 정도다. 공연장 운영 회사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공기업인 체육산업개발. 이렇게 챙긴 표는 소방서 구청 경찰서 등 유관기관으로 뿌려졌다.

초대권을 주고 싶은 공연기획사는 없다. 하지만 초대권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관심사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서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공연대관 기관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공연기획사에 초대권을 요구하는 ‘갑(甲)질’을 못하도록 26일 ‘대중음악 공연장 대관서비스 개선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갑’의 지위를 이용해 초대권을 요구하거나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축한다. 문체부는 대관기관과 공연기획사가 체결하는 계약서에 초대권 요구 및 제공 금지 관련 내용이 명시될 수 있도록 공문을 통해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지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올림픽공원 내 공연시설이 운영하는 ‘청렴계약 이행 서약’이 다른 기관에도 확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초대권 관행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으나 대관기관에 초대권을 제공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대체로 공연 2∼3일 전 티켓 미판매분 중 일부(회당 50매 내외)를 제공한다. 공연장은 이를 유관기관에 돌린다. 일부는 암표로 팔리기도 한다.

공연장 대관료는 장르마다 달랐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대중음악 장르에 가장 많은 대관료를 받았다. 한 공연장의 경우 회당 대관료는 클래식 30만원, 연극·무용 42만원, 뮤지컬 55만원, 대중음악 83만원이었다. 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경우 공연할 때마다 800만원에 이르는 안전진단 비용(바닥 하중공사)을 기획사에 떠넘겼다.

문체부는 이 같은 문제도 개선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체조경기장의 마룻바닥 보강 공사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공연 대관 때 대관료와 별도로 징수하는 준조세적 성격의 할부대관료를 현행 올림픽공원 내 체육시설 수준인 매출액의 5%로 하향 조정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음악저작권협회가 징수하는 공연 사용료도 다른 분야와의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문체부는 “정부 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제값 내고 공연 보는’ 선진형 문화소비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공연업계와 대관기관이 자율적으로 캠페인을 벌여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