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모스크바 있다” 신병확보 러시아 속셈은?
입력 2013-06-26 19:36
실종된 전직 미국 국가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모스크바 공항에 체류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뒤 러시아의 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핀란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스노든이 환승 승객으로 모스크바 셰레메타예보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으나 스노든이 당초 예정대로 지난 24일 쿠바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에 신병을 넘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스노든은 지난 23일 홍콩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오른 이후 당초 사놓은 쿠바행 비행기 좌석에 착석하지 않으면서 행방을 놓고 억측이 나돌았다. 푸틴 대통령의 확인으로 그의 소재지에 대한 의문은 풀렸으나 이후 행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스노든이 ‘제 발로 굴러온 떡’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가 스노든을 어떻게든 활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하도급업체와 CIA에서 일하며 숱한 기밀을 다뤘을 것으로 추측되는 휘슬블로어가 러시아 정보기관에도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정보기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어떤 정보기관이든 스노든과 기꺼이 얘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하며 스노든을 ‘맛있는 음식(tasty morsel)’에 비유했다. 옛 소련 첩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했던 레프 코롤코프씨는 “이런 오기 힘든 기회를 놓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스노든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과 러시아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는 스노든을 추방할 수 있는 분명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 건 아니나 요청해 온다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