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반감… ‘일감 몰아주기’ 규제 후퇴

입력 2013-06-26 19:25

국회 정무위

국회 정무위원회는 26일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강화를 골자로 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통해 적시한 규제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입법화해 특정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정무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불법 사익편취행위 규제를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장에 명시된 ‘부당지원금지’ 조항을 보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다. 핵심은 5장의 명칭을 ‘불공정행위의 금지’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로 개정하고, 규제 시 필요했던 ‘경쟁제한성’ 입증 책임을 면제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사익편취행위 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 3장’에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적시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에서 후퇴한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3장(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싣지 않고 5장(불공정 거래)으로 이동시켜 경제민주화의 개념 자체를 공정거래의 하위 개념으로 국한하고, 경제력 집중 관련 재판 과정에 적용하기 힘들게 함으로써 규제의 실효성을 반감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규제 대상을 총수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한정하고, 경영상의 기밀 유출 우려와 관련된 경우 예외를 인정한 것도 ‘봐주기’로 비판받고 있다. 삼성·현대 등이 총수의 계열사 보유 지분 비율이 낮은 점을 악용해 법망을 피해갈 여지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도 “일감몰아주기를 경제력 집중으로 보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 대상을 ‘정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통상적 거래상대방 선정 과정이나 합리적 경영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으로 구체화한 것은 성과다.

정무위는 이밖에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에 대한 금융정보 제공 시 본인에게 1년 이내 통보하는 내용의 금융정보분석원(FIU) 법안을 의결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9%에서 4%로 축소하고,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특약을 금지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법안도 함께 처리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