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에 드러난 김정일의 속내… “NLL 생억지 싸움 종전선언 의지는 큰 의미”

입력 2013-06-26 19:14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선 남북 현안에 대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속내가 가감 없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소처럼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하면서 대화의 상당부분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할애했다. 그는 NLL에 대해 “생억지 싸움”이라면서 “바다에 종잇장 그려놓은 지도 같이 북방한계선은 뭐고 군사경계선은 뭐고 (중략) 물 위에 무슨 흔적이 남습니까. 그저 생억지, 앙탈질하는 게 체질화되다 보니까…”라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선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 의지를 피력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노 대통령께서 부시 대통령하고 미국 사람들과 사업해서 좀 성사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정부가 중재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좋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남북 현안 및 평화보장 문제를 거론할 때 ‘자주성’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우리 민족이 자주성 결여로 지금 대국들의 장단에 맞추는… 정치 문제도 그렇고” “정세 흐름 속에서 지금 자주성들이 결여되다 보니까” “남쪽 사람들이 자주성이 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등 남북이 자주적으로 대화 및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제안한 해주공단 조성 문제 등에 대해선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개성공단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좀 더 개성부터 완성시켜 두 측이 노력을 기울여서 완성시킨 다음에 하나의 모범을 창조해야지” “개성이 뚜렷하게 만방에 시위했으면 모르겠는데, 난 좀…” 등 개성공단 사업의 부진에 불만을 표시했다.

아울러 민간기업 주도로 추진된 경협사업이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가 현대 하나 해보다가… 창업자가 돌아가고 그다음에 그 창업자의 의도를 따르자고 하던 사람들이 또 돌아가고… 숱한 계획했던 게 다 무너지고…”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2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강력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된 괴뢰정보원’이라는 글에서 “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은 현 집권 세력이 권력기관을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시켜 근본적 영향을 줌으로써 보수 정권을 연장하고 유신 독재 부활을 노린 용납 못할 정치깡패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에 대해선 “이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이라는 것을 들고 나와 여론화하면서 민심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된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다른 주요 매체들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