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유층 稅부담 늘릴 것”이라지만… 월급쟁이 타격

입력 2013-06-26 19:03 수정 2013-06-26 22:12


정부는 226개 비과세·감면제도를 통해 매년 30조원 안팎의 세금을 깎아줬다. 앞으로 공약가계부 이행에 따른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축소해 향후 5년간 18조원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비과세·감면 축소의 초점이 근로자 소득공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소득자·고액 자산가의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하지만 중산층 ‘월급쟁이’의 세 부담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비과세·감면제도 다 뜯어고치겠다”=조세연구원(조세연)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26일 발표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방안’에는 정부의 의중이 드러나 있다. 조세연은 비과세·감면 제도의 문제점을 분야별로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한시적으로 운영돼야 할 비과세·감면 제도가 항구·기득권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18회나 일몰이 연장됐을 정도다. 정책목표에 맞지 않는 제도도 있다. 모두 14개 제도를 통해 1조4641억원에 달하는 저축지원 비과세·감면제도의 경우 저소득층의 저축 장려를 목표로 도입됐다. 그러나 소득 하위 40%까지는 저축 여력이 없어 결국 고소득층과 고액 자산가들만 혜택을 입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2000만원으로 인하하며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했지만 고소득층의 조세회피 수단은 여전한 실정이다. 부동산·선박·해외자원개발 펀드는 한도 없이 비과세가 가능하다. 장기저축성 비과세 상품도 마찬가지다.

조세연은 투자와 연구개발(R&D) 관련 비과세·감면 제도도 고용 창출 쪽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관련 세액 공제율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말고, 기본 공제율에 고용확대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추가 공제해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급쟁이 소득공제 혜택도 크게 줄어든다=지난해 기준으로 비과세·감면 혜택의 63%는 근로자, 농업,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고소득층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 이를 서민층에 다시 직접 지원하는 구조로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비과세·감면 비중의 31%(9조1259억원)가 근로자 소득공제라는 점에서 이번 비과세·감면 정비가 간접적인 부자 증세 효과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 증세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3월의 월급’인 소득공제 제도를 현행 소득공제 방식 위주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소득공제는 총 급여에서 소득공제액을 빼고 과세표준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세액공제는 총 급여를 과세표준액으로 잡은 뒤 산출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해준다.

중산층 이상 근로자의 세금 감경 효과는 세액공제보다 소득공제가 크다. 이를 통해 국세청 과세표준상 소득 8800만원 이상 고소득층(소득세율 35∼38%)의 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목표다. 그러나 4600만∼8800만원 구간(세율 24%)에 속한 중산층도 타깃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조세연도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소득공제제도를 개편해 소득 하위계층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소득 수준을 초과하는 계층의 세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경제를 통한 고소득층의 세금 탈루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월급쟁이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